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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손과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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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월망지(見月望指). 달을 보라고 했더니,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는 뜻이다. 본질이 아닌 형식, 목적보다는 수단에 얽매여 존재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승불교 경전인 능가경에 나온다. 선종의 2대 조사 혜가는 시조 달마에게서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왼쪽 팔을 잘랐다. “모든 부처님이 처음에 도를 구할 때는 법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잊었다. 네가 지금 팔을 잘라 내 앞에 내놓으니 이제 구함을 얻을 것이다.” 달마는 그런 혜가의 지극정성을 이렇게 위로했다. 진리의 요체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선종의 5대 조사 홍인은 어느 날 제자들에게 “자신의 본성을 꿰뚫지 못하고는 구원은 없다”며 게송을 지어 정진한 결과를 보이라고 지시했다. 제자 신수가 고민 끝에 게송을 적어 복도 벽에 붙였다. ‘몸은 깨달음의 나무/마음은 밝은 거울의 받침대/늘 깨끗이 털고 닦아서/먼지가 달라붙지 않도록 해야지’. 이를 본 선종의 6대 조사 혜능은 그 옆에 자신의 게송을 붙였다. ‘깨달음은 본시 나무가 아니고/밝은 거울에는 받침대가 없다/본래 아무것도 없으니/어디에 먼지가 앉을 것인가’. 혜능의 게송을 본 홍인은 지팡이로 땅바닥을 세 번 내리쳤다. 야반 3경에 자신을 찾아오라는 신호였다. 혜능의 판정승. 홍인은 혜능에게 “본심을 터득하지 못하면 배움은 아무 쓸모가 없다. 본성과 만날 때 너는 곧 대장부요, 천상천하의 스승이요, 바로 부처”라며 가사와 바리때를 건네주고 6대 조사로 삼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기자회견 도중에 자신의 양복 상의를 벗어 흔들며 “옷 말고 흔드는 손을 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다. 손은 정부·여당의 외압을, 옷은 거기에 흔들리는 검찰을 의미한다. ‘견월망지’ 고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이 던진 비유의 그물에 자신이 걸려들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의된 근본원인이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김학의나 우병우 등 숱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사건에서 익히 봤듯이, 검찰은 그동안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잘못을 많이 저질렀다.
최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지금까지 검찰이 휘둘러온 무소불위의 전횡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다. 문 총장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이치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정부와 여당을 비민주적이라고 나무란다. 견월망지가 아닐 수 없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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