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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살찐 고양이’ 조례와 그 적들 /구시영

公기관 임원 급여 상한, 부산시 제동·거부 논란…고강도 혁신 의지 무색

정부, 상위법 개정 아닌 ‘자치입법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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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선 운동이 한창일 때, 이 지면에 ‘지방 없는 TV토론’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 주요 후보 5명 간 TV토론이 6차례 펼쳐지는 동안 지방 정책에 관한 것은 아예 다뤄지지 않은 걸 꼬집은 내용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TV특집대담을 보면서 그 기억을 떠올렸다. 국정 전반을 이야기하는 자리임에도, 시대적 과제인 자치분권·균형발전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질문도 대답도 듣지 못해서다. 역시 서울공화국에서는 지방이 보이지 않다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연방제에 준하는 강력한 지방분권과 지역 불균형 해소를 공약으로 출범한 게 문재인 정부다. 하지만 그간 성과는 노력과 기대와 달리 아주 미흡한 수준이다. 국세-지방세 비율을 8 대 2에서 7 대 3으로 조정하는 걸 목표로 지방소비세율 11%를 내년까지 21%로 올리는 게 그나마 눈에 띈다. 권역별 주요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고 예타방식에 균형발전 가중치를 두기로 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으로 근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자치분권이 저조한 데는 여야 정쟁과 중앙정치권의 무관심도 주된 요인이다. 주민조례발안제 도입과 주민소환·투표 요건 완화, 시·도 부단체장 추가 선임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이 그렇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국무회의를 거쳐 입법부로 넘어갔으나, 국회 파행으로 심의조차 안 되고 있다. 그 점에서 장외투쟁에 몰두하는 제1 야당 자유한국당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이양일괄법안도 똑같은 상태다. 중앙행정기관의 571개 권한·사무를 넘기는 것인데,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접수된 이후로 서랍에 묻힌 채 감감무소식이다.

사실 이 같은 정부안도 자치입법·재정권의 핵심 요소가 빠진 반쪽짜리다. 각 지역 실정에 맞고 자생력에 필요한 조례를 만들지 못하니 말이다. 여전히 정부가 정한 상위법령의 허용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중앙의 굴레에 묶인 하부 집행기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부산시의회의 ‘살찐 고양이’ 조례를 놓고 빚어진 논란이 극명한 사례다. 시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는 시 산하 공공기관의 임원 급여에 상한선을 두는 것으로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다. 애초 시의회에서 가결처리한 것을 집행부가 ‘조례안 재의 요구’로 제동을 걸자 시의회는 재의결로 다시 통과시켰다. 이후 오거돈 시장이 조례 공포를 거부해 시의회 의장이 대신 공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부산시의 이런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고 실망스럽다. 시는 시장 권한 및 공공기관 자율성 침해,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제처·행정안전부의 답변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혁신을 추진하는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욱이 만성적인 적자에도 연봉을 과하게 받는 공공기관의 임원 보수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적정 기준을 두는 조례조차 지역 스스로 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자치분권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조례를 막는 부산시는 자치분권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가 행안부의 조례 효력정지 소송 가능성을 거론한 걸 볼 때, 중앙 눈치보기와 책임 회피라는 인상이 짙다.

그제 행안부가 이 조례에 무효소송을 내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 이유를 알고보니 어이가 없다. 조례가 초안 단계에서는 강행적 규정에 가까웠는데, 최종 의결된 것은 단체장에 권고하는 형식의 자율적 규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조례 항목에도 시장이 임원 보수 상한선을 권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강제력이 없으니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부산 ‘살찐 고양이’ 조례의 파장은 크다.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행안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상위법 개정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지방의 불만을 무마하고, 중앙통제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지방분권형 개헌으로 자치입법·과세·조직권 등을 헌법에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개헌이 오리무중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여서다. 그 전이라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지방일괄이양법 등의 중요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이 자치분권을 가로막는 세력에 맞서 힘을 하나로 결집하고 중앙정치권이 움직이도록 압박해 나가야 한다.

요즘 ‘지방국립대 무상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초집중화와 지방 인재유출·공동화 등으로 황폐해진 지역의 살길을 찾으려는 방편의 하나다. 오죽하면 이런 서명운동이 벌어지겠나 싶다. 지방소멸은 먼 미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어느 전문가의 표현처럼, 지방이 소멸하면 서울도 소멸하고 나라도 문을 닫게 된다. 그런 불행한 사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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