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맥스웰은 아름다운 인성의 소유자가 영원히 성공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지식으로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 몇몇은 행동으로 조금 더 오래 성취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선한 의지에서 비롯된 남다른 배려는 세상을 끝까지 올곧게 지켜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비빌 언덕이 없는 이들은 일상이 된 박탈적 비탄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야 한다. 물심양면으로 부모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대학입시든 취업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가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자신만의 잣대로 평가하고 구획정리하는 것 또한 일상화되어 있다. 그러니 타자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얕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함부로 말한다. 장애아 부모를 위시한 세상의 약자들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비수와도 같은 언어폭행 때문에 아픈 가슴을 안고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화 클리닉이 우리에게만 있다. 내 마음이 편치 않으니 타인의 삶에 대한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암중모색하는 시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게는 불안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른들이 할 일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며 기다리는 것뿐이다. 헤집어 상처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성취가 이웃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일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우리에게는 성공한 이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늘 손해 보는 사람에게는 영악한 사람만 모여든다. 부자는 많으나 이웃과 나누기보다는 자자손손 독식할 수 있는 일에만 공을 들인다.

어느 마약 투약자의 고백 또한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수요자가 급증해 마약 거래금액이 10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급락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성과 인지능력을 파괴하는 데에 쓰이는 마약의 압수액만 3000억 원이 넘어가도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다. 사욕에 눈먼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 수행에 지독히도 게을렀기 때문이다. 수명 다한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할 때도 그랬다. 전기세 내어줄 거냐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주말마다 전단지를 나누어줄 때에는 코끝도 비치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이 폐쇄 결정이 나자마자 잽싸게 현수막을 내걸고는 우리가 해냈다고 생색만 냈다. 적폐의 주범들이 해야 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절실한 이유이다.

삶을 너무 많이 느끼며 산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화가 고흐도 그랬다. 지금은 고가에 판매되지만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다. 화가로 산 10년 동안 1000점의 그림을 그렸고, 상세히 기록했지만 지독히도 가난했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성찰의 시간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으로 위로받기를 원한다는 글들을 남겼다. 치명적인 상처를 치유의 단계로 이끌어 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깊은 성찰의 시간들이 이루어내는 기적은 우리에게도 일어났다. 문학관을 살리기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한 부산시의 선택이 그렇다. 늘 희망만을 말해온 이들조차 그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냐며 한숨만 내쉬던 일이니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류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는 보도 또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멤버 중 ‘진’을 내 아이의 친구가 길거리에서 캐스팅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방시혁 대표만은 반드시 세계 최고가 될 거라는 확신에 찬 격려의 말만 늘 했다고 한다. 멤버들은 중소규모에 불과한 소속사의 대표가 한 무한격려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꿈같은 성취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지난날을 기억하며 부산에서 한국에서의 첫 콘서트를 하기로 한 결정은 남달라 보인다. 성공한 이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행세만 하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버린 우리에게 방탄소년단의 선택은 분명 특별한 것이다. 자신을 성장하게 한 고향 부산의 교육청에 1억 원씩 기부해가며 서울부터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부산을 더 많이, 더 널리 알릴 기회가 생긴 것이다.

희망이 너무 먼 꿈같아 한없이 추락하다가도 기적처럼 차오르는 것이 삶이다. 앓는 이가 많은 지금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선택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만 한다.

소설가·동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