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대통령의 초심 /차재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4 19:07:30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년 전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날, 한 종편채널에 정치패널로 참석해 중계방송에 임했다. 솔직히 시작 전만 해도 취임사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었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된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지 불과 10시간 만에 마련된 취임식. 각계 전문가와 문필가로 구성된 ‘취임사준비위원회’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였다. 사실 그렇게 만들어져 나온 역대 대통령 취임사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연설 시작 불과 몇 분 만에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이 대목부터였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시청자 게시판도 난리가 났다. “뭉클한 감동!” “진정성을 믿습니다” 등 호평과 기대 일색이었다.

단순히 말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그보다 빨랐던 실천 탓이었을 게다.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대통령 차량이 향한 곳은 취임식장이 마련된 국회가 아니었다. 건너편 자유한국당 당사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온갖 비난을 퍼붓던 곳.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의 야당 당사 방문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야당을 소통하고 타협하는 국정의 동반자로 여기겠다. 야당 당사를 방문한 것도 일회적이 아니라 임기 내내 그런 자세로 해나가겠다.” 언행일치로 협치와 통합을 보여준 신임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화답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취임 2주년 후 처음 공개 석상에 나선 대통령의 얼굴에 웃음기는 없었다. 준비해온 메모를 ‘엄숙모드’로 읽기 시작했다.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중략)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입니다.” 적시하지 않았지만 ‘청자(聽者)’는 누가 봐도 한국당.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발, 민생을 내팽개친 채 장외투쟁을 벌이는 데 대한 원망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대통령이 ‘뿔’ 날 만한 이유는 또 있었다.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대통령 자신이 꼬여 버린 정국 수습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찾을 수 없었다. 단지 “무한한 책임감”과 “국민 여러분의 삶에 더욱 가까이 가겠다”는 말뿐이었다. 이처럼 협치와 통합이 실종된 탓일까. 긍정과 부정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대통령 지지율이 2년 새 식어버린 국민의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진정한 정치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제가 한 약속을 꼼꼼하게 챙기겠다.” 야당 관련 1호 공약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 종식’. 이를 위해 ‘국정 동반자’인 야당과의 정례모임뿐만 아니라 “수시로 만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당 대표와 1 대 1로 못 만날 까닭이 없다. 필요하다 싶으면 야당 당사라도 먼저 찾아가야 한다.

두 번째 약속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나누기”. 궁극적으론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 ‘청와대 정부’라는 오명부터 벗어야 한다. 내각을 제쳐놓고 사사건건 청와대가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구조 속에선 야당과 직접 충돌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지 여부없이 훌륭한 인재를 삼고초려를 하겠다”던 인사탕평도 중요한 약속이다.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야당 비난을 흘러들어선 안 된다. 시대착오적 색깔론, 막말을 동원한 혐오의 정치, 급격한 우경화. 한국당이 뒷걸음칠수록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한다. 취임사의 다짐대로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 한마디로 정치에서도 ‘햇볕정책’을 하겠다는 얘기. 당장 성과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민심은 움직이기 마련이다. 보수 진영의 양심적 합리적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 힘들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8. 8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