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최고의 복수 /김홍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13 19:44:37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괜찮아?”라고 지배인이 말했다. “‘괜찮습니까?’라고 정중히 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내가 지배인에게 말했다. 지배인의 왼쪽 입술이 실룩거리며 오르내렸다.

“‘괜찮아?’와 ‘괜찮습니까?’ 중 손님께 정중하게 해야 할 말이 어떤 것입니까?” 내가 아까보다 더 조용하게 물었다. 그는 “‘괜찮습니까?’가 바르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여전히 왼쪽 입술이 씰룩거렸다.

“한국 사람이 일본말을 못 한다고, 그래서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반말하지 마라. 당신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당신의 태도에 불쾌해할 손님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나는 소리를 더 낮춘 채로 지배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의 말과 태도는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감성으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언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해를 하는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의 내용을 통해 당신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이해하는 척도인 이성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말을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사람이라면 당신의 태도를 미루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조금 전 당신이 나의 맞은편에 앉은 저 초로의 프랑스 사람에게 오더를 받던 그 자세 그대로 우리에게도 하기 바란다. 그 지배인은 프랑스 남녀에게 주문을 받을 때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짚은 채 고개를 프랑스 사람의 얼굴 가까이 들이대다시피 하면서 친밀감을 표했다.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같은 태도를 보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비싼 고급 식당에 온 이유는 맛은 기본이고 당신의 최고의 서비스를 곁들여 받으러 온 것이다. “밥값의 반 이상이 그 서비스 비용이 아닌가?”라고 말하면서….

나의 잔소리는 그가 윗입술을 씰룩거리지 않고 죄송하다고 말할 때까지 이어졌다. 나는 자리를 일어나면서 마지막으로 지배인에게 한마디를 더했다. “나는 당신을 이 식당에 올 때마다 보았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이 식당에 다시 올 것이다”라고….

‘안도 다다오’의 누드 콘크리트 건물의 소음 해소 능력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조금만 목소리가 높아지면 그 높아진 목소리의 몇 배는 더 증폭시킨다. 그리고 우리말은 된소리가 많다. 외국인의 귀에는 ‘큭, 컥’의 연속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말 소리가 자체가 시끄럽게 느껴진다. 영어가 우리 귀에는 ‘쏼라 쏼라’로 들리고, 더불어 중국어는 ‘쓰으쎄에 쓰으쎄에’로 사포를 가는 듯한 소리로 들리며, 일본어는 ‘어버버버 어버버버’ 하면서 혀 짧은 소리로 들리듯이 고유의 말마다 지닌 특징이 다르다.

한국 사람이 자주 많이 오는 이 식당에, 다시 말해 돈을 벌게 해주고 자신 봉급의 꽤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한국 손님이 좀 시끄럽기로서니, 이건 우리의 된소리 문제도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안도 다다오의 형편 없는 건축 설계에도 기인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인을 무시하는 지배인의 태도는 일류 식당과 호텔 종업원이 가져야 할 소양은 아닐 것이다.

한국인을 무시하기보다는 그런 건물을 지은 안도 다다오를 무시해야 하는 게 우선 아닌가? 아무튼, 생각지도 않게 우리는 그 다음 날 점심을 그 레스토랑에서 다시 먹게 되었다.

예약 시간이 남아 식당 입구의 의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의 그 지배인이 나를 알아보고는 뛰어나와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자세로 먼저 들어와 자리에 앉아 기다리셔도 좋다고 말하면서 허리를 낮춰 안내를 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자리를 털고 나오는데 누군가가 나를 따라 나오면서 명함을 건넸다. 그 호텔의 고객과 릴레이션을 담당하는 부장이었다. 어제의 일은 지배인을 통해 들었다면서 허리를 아주 깊숙이 숙인 채 사과를 했다.
자기 과실을 상부에 보고하는 시스템과 자신은 물론 그의 상관까지 나와서 정중히 사과를 하는 일본을 미국이나 유럽 사람이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우리는 일본을 미워하기만 하지 이런 것을 배우고 우리 것으로 만들고 있는가? 유대인의 속담이 생각난다.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에 배워 일본을 이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다.

사진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기장 드림볼파크-월드컵빌리지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불안해 다니겠나”…부산대 학생들 휴교까지 거론하며 격앙
  2. 2부산여행 탐구생활 <18> 영도 깡깡이마을
  3. 3[세상읽기] 90년대생이 몰려온다 /원성현
  4. 4마라 유행의 시작은 ‘훠궈’…대륙의 화끈한 맛 재현
  5. 5마동석 주연 그대로, 할리우드판 ‘악인전’ 만든다
  6. 6근교산&그너머 <1126> 제천 금수산
  7. 7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반대 파업·상경투쟁
  8. 8A형 간염 예방 접종 갔더니…“주소지 보건소로 가세요”
  9. 9산·호수 위 거닐 듯…짜릿한 ‘하늘 산책’
  10. 10[조황] 완도 50㎝ 대물급 돌돔 짜릿한 ‘손맛’
  1. 1文 “5·18 맞아 광주시민께 너무 미안”
  2. 2광주 찾은 황교안, 시민들 항의 몸싸움
  3. 3정부, 개성 기업인 방북승인
  4. 4盧 서거 10주기 앞둔 부산, 추모열기
  5. 5문 대통령, 취임 3년 첫 靑비서관 인사
  6. 6트럼프 내달 하순 방한…동맹강화 논의
  7. 7"리비아 피랍 60대 315일 만에 석방"
  8. 8바른미래당, 투톱 손학규-오신환 정면충돌
  9. 9집권 3년차 첫 靑비서진 개편…'분위기' 쇄신·'성과' 도출 의지
  10. 10김현아 의원, ‘文 대통령 한센병’ 비유 결국 사과
  1. 1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2. 2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북항재개발 수혜 ‘미니 신도시’…매축지마을 랜드마크 단지로 급부상
  3. 3 세무당국 주택취득자금 출처조사 강화
  4. 4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5. 5미국, 자동차 관세 6개월 연기…추후 한국산은 면제 전망도
  6. 6동래 행복주택 내달 입주자 모집…모든 가구 에어컨·가스쿡탑 설치
  7. 7부산 제로페이 가맹점 1만 곳 목표로 뛴다
  8. 8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9. 9제조·스마트기술 융합 국제기계전 22일 개막
  10. 10기아차, 부산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정비장 설치
  1. 1여경 ‘무능’ 논란에 풀영상 공개
  2. 22019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축제
  3. 3경찰간부 여성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4. 4조현병 남성 부산 편의점서 흉기 난동
  5. 5부산 분식집 여주인 살해 60대 검거
  6. 6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서 불
  7. 7'아내 폭행치사' 유승현 전 의장 구속
  8. 8기상청 “전국날씨 비소식”
  9. 9전동 킥보드 11살 어린이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검거
  10. 10대림동 여경 논란… “치안조무사” “무능” VS “무전 지원요청” “제압에 도움”
  1. 1권아솔 인스타에 쏟아지는 비판
  2. 2최동원 동상 밟고 사진 찍은 부산대 사과
  3. 3맨시티, FA컵 우승…트레블 달성
  4. 4김기태 KIA감독 자진 사퇴
  5. 5‘21골’ 호날두 VS ‘22골’ 자파타 대결
  6. 6빙속여제 이상화 SNS로 은퇴소감 전해
  7. 72019 여자 월드컵 나설 23인 확정
  8. 8‘창 VS 방패’ 잉글랜드·네덜란드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나설 소집 명단 공개
  9. 9진민섭,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2위…5m20
  10. 10 도스 안요스 연패 탈출인가? 케빈 리 웰터급 티이틀 합류일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기고 [전체보기]
대체거래소 설립 논의, 시기상조 아닌가 /강병중
세계가 주목한 대만의 건보 개혁 /천스중(陳時中)
기자수첩 [전체보기]
‘공포마케팅’ 후속 조처 중요하다 /이승륜
꼼수 내놓기 급급한 코스트코 /박동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느린 호흡의 의미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네이버가 노리는 것 /정옥재
부산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도시동맹과 부산
호프 회동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익산 팸투어의 감흥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항 꽁치 다대기 추어탕
밀면과 부산의 여름
사설 [전체보기]
지역경제 살릴 대안 연대경제, 지자체 등 관심 가져야
르노삼성 노사 속히 재협상 나서 후폭풍 최소화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지역균형발전은 시혜성 선물이 아니다
조현병 범죄 해법의 딜레마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라일락의 계절 4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숙취
호날두와 마데이라 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비오는 날 친구를 기다리다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