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초 2022년까지 인구와 일자리의 50% 이상을 지역에 배치하겠다며 ‘국가 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점점 심화시키는 모양새다.
전체 국토 대비 12%의 면적을 차지하는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과 국내 1000대 기업 본사의 74%가 몰렸다. 그런데도 지난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규제가 풀렸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제조 공장을 경기 용인시에 지을 수 있게 ‘수도권 공장 건축 총허용량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의 새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도 본사를 서울에 설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창릉과 부천시 대장 지구에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하고 서울 등지에 중소 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해 총 11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지난해 1차에서 3만5000호, 2차 15만5000호 등 모두 30만 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모두 확정됐다.
지역에서는 정부의 잇단 수도권 신도시 개발 정책은 균형발전을 내세워온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 본사 등 각종 경제 핵심 시설을 수도권에 집중하고 이를 핑계로 신도시와 교통 같은 기반시설을 수도권 위주로 늘린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고위 공무원은 “신도시 계획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GTX 등 교통인프라까지 따라 늘어나 수도권만 확장하게 된다. 더구나 신도시에 투자된 돈은 지역으로 흘러 들어오지 않고 다시 서울과 수도권을 키우는 데 활용된다. 결국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를 것이고 인구도 계속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 교수도 수도권 신도시 정책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오히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만든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정책을 상황이 맞지 않는 지역에 일괄 적용해 역차별 논란이 일어난다. 부동산 정책 결정권을 지역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 이후 최근에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개정하기로 하고 올해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했지만, 수도권에 치중된 신도시 계획으로 이 비전은 색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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