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다크투어 사용설명서 /오광수

일본군 진지였던 가덕도, 아직까지 보존상태 좋아

국난 극복 결과물 왜성도, 역사적 가치 인정 받아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강서구 가덕도 외양포로 가는 길. 외양포 생태터널을 지난다. 이 터널의 내부 마감재가 예사롭지 않다. 군 시설인 격납고에 들어선 것처럼 꾸며 놓았다. 해답은 외양포 마을에서 찾을 수 있다. 터널을 지난 뒤 만나는 전망대에서 외양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알록달록 예쁘게 단장한 조용한 갯마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외양포에는 100여 년 전 일본군 ‘진해만 요새사령부’의 포진지와 헌병부 막사, 사병 숙소 등 군사시설이 있었다. 마을 전체가 과거 일본군의 병영이었다는 얘기다. ‘사령부 발상지지’ 기념비를 보니 일본군이 외양포에 상륙한 것은 러일전쟁 1년 뒤인 1905년 5월. 일본군은 외양포 주민들을 쫓아내고 진해만과 대한해협을 향해 포격할 수 있는 포진지 등 요새를 구축했다.

일제강점기 중 억압과 수탈의 세월을 증언하는 외양포는 현재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주민들이 또 다른 고충을 겪었는데 결과적으로 ‘100년 전 병영 마을’이 비교적 잘 간직돼 찾는 이가 많다. 외양포로 진입하는 새 도로를 뚫었고 초행길인 사람도 ‘병영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데 불편함을 겪지 않게 안내판을 제대로 갖췄다. 아픔의 역사를 다크투어 자원으로 활용한 사례다.

이는 외양포와 가까운 대항 새바지 인공동굴도 마찬가지다. 부산을 요새로 만들려던 일제가 탄광 노동자들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이곳은 다른 곳의 인공동굴들과 달리 자동차를 타고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동굴 내부에는 조명시설을 설치해 드나드는 데 수월하다.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역시 다크투어를 위해 탈바꿈 중이다.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 소 수탈의 아픔과 귀환동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는 전국의 수많은 조선 소를 일본으로 헐값에 빼 갔는데, 이들 소의 검역·관리를 하기 위해 소막(牛舍)과 검역소를 우암동에 뒀다. 당시 소막의 지붕이나 환기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중 1942년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소 막사는 지난해 5월 등록문화재(제715호)로 지정됐다. 현재 이곳에서 소 막사 복원 및 복합커뮤니티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왜성을 다크투어 차원에서 접근하면 어떨까. 왜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기간 왜군이 부산 구포왜성 등 남해안 일대에 전략적 요충지로 삼기 위해 쌓은 성이다. 30곳이 넘는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임란 당시 침략자 왜군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애써 외면하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부산 북구 덕천동 의성산에 자리 잡은 구포왜성(부산시 지정 기념물 6호)에 관해 주민들은 의성(義城)으로 불렀다. 이는 왜구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신라 황룡 장군과 군사 500명의 전설을 더 중요시한 결과다.

우리 정부는 주요 왜성을 애초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지정·관리했으나 1997년 일제히 지방기념물 또는 문화재자료로 그 등급을 낮췄다. 문민정부 당시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광화문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1995년 8월 15일) 무렵의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왜성은 사실상 방치되는 수준이다. 경작지로 쓰이는 곳도 있다.

다른 각도로 왜성에 접근해보자. 굳이 ‘역사 교육의 장’을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따지고 보면 왜성은 국난 극복의 결과물이다. 전란의 불행한 현장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주요 유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역량이 많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왜성 역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이와 함께 왜성은 16세기 이후 한일 간 축성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임란 이후 조선은 성곽 축성 때 성벽의 각도를 종전의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했다. 왜성의 축조 방식을 빌려 온 것이다. 수직으로 쌓는 것보다 튼튼하고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2014년 6월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된 남한산성(사적 57호)이 그런 사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7세기 초 비상시 임시수도로서 당시 일본 중국의 산성 축성 기술을 반영’했다는 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일본 역시 임란 이후 쌓은 성곽에 조선의 읍성에서 보이는 성벽의 사각형 돌출 구조물(치, 雉)을 만들었다. 이는 성벽에 오르는 적을 양쪽에서 공격할 수 있는 구조다. 일본의 성곽 연구자들이 왜성을 답사하기 위해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16세기 말 한반도 남해안에 왜성을 쌓던 시기에 지은 일본 본토의 성곽 중 지진과 오랜 전란 등을 거치면서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게 몇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왜성은 한일 교류사를 풀어낼 또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편집부국장 inmin@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진양호에 2430억 투입…레저·힐링·문화공간으로 바꾼다
  2. 2온천천축제로 변질된 금정산성축제
  3. 3소통과 확장…새 길 찾는 부산문화
  4. 4부시, 손수 그린 ‘노무현 초상화’ 들고 봉하 온다
  5. 5실뱀장어 잡겠다고…낙동강 하구 ‘위험천만’ 불법 조업
  6. 6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7. 7국제신문 홈페이지 확 바뀝니다
  8. 8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9. 9노래방서 만취한 경찰간부 여자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10. 10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1. 1文 “5·18 맞아 광주시민께 너무 미안”
  2. 2광주 찾은 황교안, 시민들 항의 몸싸움
  3. 3정부, 개성 기업인 방북승인
  4. 4盧 서거 10주기 앞둔 부산, 추모열기
  5. 5문 대통령, 취임 3년 첫 靑비서관 인사
  6. 6트럼프 내달 하순 방한…동맹강화 논의
  7. 7"리비아 피랍 60대 315일 만에 석방"
  8. 8바른미래당, 투톱 손학규-오신환 정면충돌
  9. 9집권 3년차 첫 靑비서진 개편…'분위기' 쇄신·'성과' 도출 의지
  10. 10김현아 의원, ‘文 대통령 한센병’ 비유 결국 사과
  1. 1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2. 2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북항재개발 수혜 ‘미니 신도시’…매축지마을 랜드마크 단지로 급부상
  3. 3 세무당국 주택취득자금 출처조사 강화
  4. 4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5. 5미국, 자동차 관세 6개월 연기…추후 한국산은 면제 전망도
  6. 6동래 행복주택 내달 입주자 모집…모든 가구 에어컨·가스쿡탑 설치
  7. 7부산 제로페이 가맹점 1만 곳 목표로 뛴다
  8. 8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9. 9제조·스마트기술 융합 국제기계전 22일 개막
  10. 10기아차, 부산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정비장 설치
  1. 1여경 ‘무능’ 논란에 풀영상 공개
  2. 22019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축제
  3. 3경찰간부 여성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4. 4조현병 남성 부산 편의점서 흉기 난동
  5. 5부산 분식집 여주인 살해 60대 검거
  6. 6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서 불
  7. 7'아내 폭행치사' 유승현 전 의장 구속
  8. 8기상청 “전국날씨 비소식”
  9. 9전동 킥보드 11살 어린이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검거
  10. 10대림동 여경 논란… “치안조무사” “무능” VS “무전 지원요청” “제압에 도움”
  1. 1권아솔 인스타에 쏟아지는 비판
  2. 2최동원 동상 밟고 사진 찍은 부산대 사과
  3. 3맨시티, FA컵 우승…트레블 달성
  4. 4김기태 KIA감독 자진 사퇴
  5. 5‘21골’ 호날두 VS ‘22골’ 자파타 대결
  6. 6빙속여제 이상화 SNS로 은퇴소감 전해
  7. 72019 여자 월드컵 나설 23인 확정
  8. 8‘창 VS 방패’ 잉글랜드·네덜란드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나설 소집 명단 공개
  9. 9진민섭,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2위…5m20
  10. 10 도스 안요스 연패 탈출인가? 케빈 리 웰터급 티이틀 합류일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기고 [전체보기]
세계가 주목한 대만의 건보 개혁 /천스중(陳時中)
한·베트남 경제공동체를 검토해야 /허문구
기자수첩 [전체보기]
꼼수 내놓기 급급한 코스트코 /박동필
이상한 ‘국가균형발전’ /김영록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느린 호흡의 의미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네이버가 노리는 것 /정옥재
부산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손과 옷
입조심 매뉴얼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익산 팸투어의 감흥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밀면과 부산의 여름
기장멸치식해와 엔초비
사설 [전체보기]
국가하천 승격 수영강, 자연재해 예방 제대로 정비를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북미대화 촉진 계기돼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조현병 범죄 해법의 딜레마
암운 드리운 도보다리 회담 1주년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라일락의 계절 4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숙취
호날두와 마데이라 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