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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다크투어 사용설명서 /오광수

일본군 진지였던 가덕도, 아직까지 보존상태 좋아

국난 극복 결과물 왜성도, 역사적 가치 인정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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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가덕도 외양포로 가는 길. 외양포 생태터널을 지난다. 이 터널의 내부 마감재가 예사롭지 않다. 군 시설인 격납고에 들어선 것처럼 꾸며 놓았다. 해답은 외양포 마을에서 찾을 수 있다. 터널을 지난 뒤 만나는 전망대에서 외양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알록달록 예쁘게 단장한 조용한 갯마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외양포에는 100여 년 전 일본군 ‘진해만 요새사령부’의 포진지와 헌병부 막사, 사병 숙소 등 군사시설이 있었다. 마을 전체가 과거 일본군의 병영이었다는 얘기다. ‘사령부 발상지지’ 기념비를 보니 일본군이 외양포에 상륙한 것은 러일전쟁 1년 뒤인 1905년 5월. 일본군은 외양포 주민들을 쫓아내고 진해만과 대한해협을 향해 포격할 수 있는 포진지 등 요새를 구축했다.

일제강점기 중 억압과 수탈의 세월을 증언하는 외양포는 현재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주민들이 또 다른 고충을 겪었는데 결과적으로 ‘100년 전 병영 마을’이 비교적 잘 간직돼 찾는 이가 많다. 외양포로 진입하는 새 도로를 뚫었고 초행길인 사람도 ‘병영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데 불편함을 겪지 않게 안내판을 제대로 갖췄다. 아픔의 역사를 다크투어 자원으로 활용한 사례다.

이는 외양포와 가까운 대항 새바지 인공동굴도 마찬가지다. 부산을 요새로 만들려던 일제가 탄광 노동자들을 강제로 동원해 만든 이곳은 다른 곳의 인공동굴들과 달리 자동차를 타고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동굴 내부에는 조명시설을 설치해 드나드는 데 수월하다.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역시 다크투어를 위해 탈바꿈 중이다.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 소 수탈의 아픔과 귀환동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는 전국의 수많은 조선 소를 일본으로 헐값에 빼 갔는데, 이들 소의 검역·관리를 하기 위해 소막(牛舍)과 검역소를 우암동에 뒀다. 당시 소막의 지붕이나 환기구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중 1942년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소 막사는 지난해 5월 등록문화재(제715호)로 지정됐다. 현재 이곳에서 소 막사 복원 및 복합커뮤니티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왜성을 다크투어 차원에서 접근하면 어떨까. 왜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기간 왜군이 부산 구포왜성 등 남해안 일대에 전략적 요충지로 삼기 위해 쌓은 성이다. 30곳이 넘는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임란 당시 침략자 왜군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애써 외면하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부산 북구 덕천동 의성산에 자리 잡은 구포왜성(부산시 지정 기념물 6호)에 관해 주민들은 의성(義城)으로 불렀다. 이는 왜구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신라 황룡 장군과 군사 500명의 전설을 더 중요시한 결과다.

우리 정부는 주요 왜성을 애초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지정·관리했으나 1997년 일제히 지방기념물 또는 문화재자료로 그 등급을 낮췄다. 문민정부 당시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광화문에 있던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1995년 8월 15일) 무렵의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왜성은 사실상 방치되는 수준이다. 경작지로 쓰이는 곳도 있다.

다른 각도로 왜성에 접근해보자. 굳이 ‘역사 교육의 장’을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따지고 보면 왜성은 국난 극복의 결과물이다. 전란의 불행한 현장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주요 유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역량이 많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왜성 역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이와 함께 왜성은 16세기 이후 한일 간 축성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임란 이후 조선은 성곽 축성 때 성벽의 각도를 종전의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했다. 왜성의 축조 방식을 빌려 온 것이다. 수직으로 쌓는 것보다 튼튼하고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2014년 6월 유네스코(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된 남한산성(사적 57호)이 그런 사례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7세기 초 비상시 임시수도로서 당시 일본 중국의 산성 축성 기술을 반영’했다는 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유 중 하나로 들었다.
일본 역시 임란 이후 쌓은 성곽에 조선의 읍성에서 보이는 성벽의 사각형 돌출 구조물(치, 雉)을 만들었다. 이는 성벽에 오르는 적을 양쪽에서 공격할 수 있는 구조다. 일본의 성곽 연구자들이 왜성을 답사하기 위해 한국을 자주 찾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16세기 말 한반도 남해안에 왜성을 쌓던 시기에 지은 일본 본토의 성곽 중 지진과 오랜 전란 등을 거치면서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게 몇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왜성은 한일 교류사를 풀어낼 또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

편집부국장 i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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