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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스크린에 과다 노출된 아이들 구하자 /이기효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30 19:54:3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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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TV나 비디오, 모바일 기기 등에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5세 미만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줄이고, 하루 최소 3시간의 신체 활동과 11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성장과 건강에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특히 1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스크린에 전혀 노출되지 않아야 하며, 1~2세도 하루 최대 1시간 이내로 노출 시간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WHO에 앞서 미국소아의학회는 조부모와의 화상채팅 등을 제외하고는 18개월에서 24개월 미만 어린이의 미디어 사용을 권장하지 않으며, 18~24 개월 이후 어린이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보여주고 싶다면 유익한 프로그램을 보호자와 함께 사용해야 하고, 이 경우에도 5세까지는 스크린 노출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라고 충고했다.

2018년 프랑스 상원은 어린이들의 이른 시청각 미디어 이용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캐나다나 호주의 보건당국도 자체 가이드라인을 공표하여 스크린 과다 노출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과다 스크린 노출을 경계하는 것은 그 폐해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과다 스크린 노출은 비만, 불규칙한 수면과 불충분한 수면 시간, 행동 장애, 사회성 결여, 폭력, 건강한 놀이시간의 손실을 야기해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과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커뮤니케이션, 운동기능과 소근육 운동, 문제 해결 등 측면에서의 성장 발달을 늦추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유발할 위험도 크다고 한다. 또 많은 연구에서 3세 미만의 유아에게 TV 시청은 그 내용을 막론하고 좋지 않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WHO가 마침내 공식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는 것은 어린이 스크린 노출이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주대병원 연구팀의 조사(2018)에 의하면 2~5세 유아의 39%가 TV를 매일 시청하고, 12%는 스마트폰을 매일 사용한다. 전체의 66.5%가 만 두 살이 되기 전에 TV 시청을 시작하였으며, 12개월이 되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한 유아가 12.2%, 24개월 이전은 1살 이전을 포함해 31.3%로 보고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식당이나 지하철 안에서 어린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은 이제 전혀 낯설지가 않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스크린 노출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창조성, 문제 해결 능력, 의사소통 및 사회성 등을 기르는 순기능을 갖는 앱이나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 회피도 능사는 아니다.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어 소중한 아이들을 미디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 부모도 고려해야 한다.

국가적 대응 방안이 신속하게 그리고 균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국가정보화 기본법에 어린이 과다 스크린 노출 예방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규정될 필요가 있다.

모든 미디어 기기 상품 포장에 ‘3세 미만 유아의 발달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기재하고, 스크린을 포함한 시청각 기기의 모든 광고에도 같은 메시지를 노출해야 하며, 어린이 채널이 정기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방송하도록 의무화한 프랑스 입법례를 참고할 수 있다. 부모에 대한 홍보 및 교육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연령별로 유익한 프로그램의 연구·제작과 배포에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공자원을 적극 동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주체적이고 사려 깊은 관여이다. 적정한 시청 시간을 정하여 지키고, 일방적인 시청보다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앱 또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하며, 스크린보다 더욱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아이들과 눈 맞추고 노는 시간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가 자신의 스크린 노출을 줄여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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