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부산대학교 봄 축제인 효원대동제 현장이 뒤집어졌다. 트로트 가수인 김연자 씨가 초대손님으로 무대에 올라 좌중을 휘어잡았던 것이다. 주최 측은 당초 “대학축제엔 어울리지 않는 섭외”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우려는 말끔히 씻겼다. 학생들은 ‘아모르 파티’에 떼창으로 화답하며 열광했다. 이 장면은 유튜브에도 올라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었다. 2013년 발표 후 별 반응이 없었던 이 노래는 차트를 역주행해 아이돌 소비층인 20대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국민 트로트’의 반열에 올랐다.
전 세계 음악을 정리해놓은 영국 펭귄북스의 ‘세계 음악 가이드’라는 책중 한국편에는 국악 사물놀이 민중음악과 함께 ‘뽕짝 록(ponchak rock)’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트로트를 조금 비하해서 칭하는 그 뽕짝 맞다. 온라인 최대 음악정보사이트인 ‘올 뮤직’에는 조용필의 음악을 ‘뽕짝 록’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국내에서 하위장르로 대접받는 ‘뽕짝’이 대외적으론 한국만의 독특한 음악 장르로 인식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한때 한국 트로트의 원조가 일본 엔카냐 아니냐는 논쟁이 뜨거웠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엔카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게 한국 트로트라는 주장과 원래 우리 민요에 들어 있던 음계와 리듬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그러나 트로트 음계가 민요보다 엔카와 훨씬 비슷하다는 사실에 이견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90여 년 세월을 거치면서 완전한 토착화를 이뤄 더는 왜색 논란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보이지만 도입 당시엔 신세대의 최신 음악이었다.
대한가수협회가 30일 한국 가요의 새로운 이름 찾기 토론회를 갖는다고 한다. ‘성인가요’ ‘전통가요’ ‘트로트’ ‘뽕짝’ 등으로 혼용되고 있는 이 장르의 명칭을 고급스럽게 통일하자는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는 자리이다. 가수협회는 “한국 가요의 정체성과 대표성을 명확히 하고 세계화 기반을 마련하는 첫 단계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젊은 시절 운동권 가요만 고집하던 사람들도 나이가 오십줄에 들어서면 노래방 18번을 트로트로 전향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한국인의 심연엔 트로트의 애조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서가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해가 마침 가수 이미자가 데뷔한 지 60주년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