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는 의약분업이 정착돼 있다. 의사가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하면 약사는 이를 바탕으로 약을 조제·판매한다. 의약분업은 약물의 오·남용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그런데 이런 역할 분담을 나무 관리 분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나무 의사’ 양성에 들어간 까닭이다. 나무 의사가 위기에 처한 수목에 적합한 조치를 처방하면 ‘수목보호기술자’는 이 지침을 이행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나무 의사 제도는 지난해 6월 산림보호법 개정 때 도입됐다. 비전문가가 나무를 관리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제1회 자격시험은 오는 27일 치러진다. 이 바람에 전국 나무병원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전까지는 수목보호기술자와 식물보호기사,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증 가운데 하나를 딴 사람이면 누구나 나무병원을 여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나무 의사만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나무병원 운영자는 나무 의사 자격증이 없어도 일정 기간 영업을 할 수 있다.
산림청은 한 해 400명가량의 나무 의사 배출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연 2회 시험이 계획되어 있으나 일정 규모가 충원되는 몇 년 후에는 연 1회로 줄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삶의 질 제고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수목 관련 산업 시장이 계속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나무 의사가 고소득을 올리는 안정적인 직업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나무 의사가 되는 길은 아주 험난할 듯하다. 우선 수목 관련학과 석·박사 학위, 수목 진료 관련 경력 5년 이상, 관련학과 학사학위+ 경력 1년 이상, 관련직무 산업기사 자격증 등이 있어야 시험장에 들어설 수 있다. 필기(1차)와 논문·실기(2차)로 나눠진 시험 통과도 만만하지가 않다. 100점 만점에 과목당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기록해야 합격한다. 수목병리학과 해충학, 생리학, 토양학, 관리학 등 다섯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니 웬만한 각오 없이는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다.
이러다 보니 일반인 사이에서는 이 시험이 관련업 종사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산림청은 수준 높은 전문가를 키우려면 엄격한 기준 고수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 해명하고 있다. 제도의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여론수렴을 거쳐 손질하면 될 터. 아무쪼록 실력을 갖춘 나무 의사가 많이 나와 ‘아파 신음하는 수목’을 두루두루 돌봐준다면 참 좋은 일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