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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건축은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허동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2 19:07:4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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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로 전 세계가 비통에 빠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곧 프랑스”라고 했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 850여 년 동안 숱한 예술문화적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사실에 누구나 공감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혁명 이후 심한 훼손으로 헐릴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를 구한 것은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였다. 대성당을 피난처로 여긴 그에게 있어 건축물은 다름 아닌 ‘소통’의 한 형태였다. 그가 책 속에 그려낸 세세한 성당 묘사는 고딕양식 건축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많은 감동과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온다. 뮤지컬, 음악, 스크린 등 지금까지 이어져온 노트르담 대성당의 이야기는 건축이 어떻게 현재진행형의 역사가 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를 보며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면서 내가 있는 이곳 부산을 생각한다.

부산시는 몇 년 전부터 202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피란수도 부산’을 등재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피란민 임시 주거시설을 증명할 수 있는 건축물인 소막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 확산사업’ 공모에 다시 도전한다고 한다. 옛 동래역사는 지난 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문화재로 등록이 예고된 후 오는 6월 초 정식으로 문화재 등록이 고시된다.

지난 11일 부산진역사와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자꾸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게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하나로 묶는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 장소 등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독립기념관 누리집에 따르면 부산지역 독립운동 관련 사적지는 지역 독립운동가들이 태어난 생가와 거주지, 학교, 활동 지역 등과 관련한 장소이거나 3·1운동 관련 사적지, 독립운동 부산 사적지, 학생운동 관련 부산 사적지, 일제 탄압 시설물, 통치기구 등 총 27곳이다. 이런 곳들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엇갈린 기록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 이후 국내 최초로 의거를 단행해 3·1운동 후 침체된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박재혁 의사 생가 복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부산시 모두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100년은 단순히 오래됐음을 뜻하는 숫자가 아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소멸될 수 있는 세월이다. 기억해야 할 많은 것이 잊히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역사적 공간의 재발견과 보존은 그 역사를 이어가는 우리의 의무다. 개별적 사업이 아니라 전체를 아울러 부산이라는 공간의 역사성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화재로 파괴됐지만 성당 구석구석을 2~5㎜ 단위로 살펴볼 수 있는 3D 입체도면 자료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사망한 중세 고딕 건축물을 연구한 앤드루 탈런 교수가 구축해 놓았다는 것이다. 헐릴 위기에 처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위고의 소설이 구했다면 화재로 인해 위기에 처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한 예술사 교수의 열정 덕분에 복원의 길이 한층 가까워졌다. 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역사를 지키고 이어간다는 선례를 여실히 보여준다.
건축물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인간과 소통한 흔적이 켜켜이 쌓여 건축은 역사가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박물관과 역사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역사가 되는 공간이다. 건축가 김동회는 건축이란 땅에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라 했다.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어 백 년,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과거와 미래가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역사란 하루아침에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상지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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