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외과의사가 본 건보의 허와 실 /최병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2 19:16:17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수술한 신장이식 환자에게 지혈제를 왜 추가로 사용해야 했는지에 대한 소견서를 적고 있다. 신장혈관을 문합한 부분에 허용되는 지혈제 외에 조직검사를 했던 부분의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늘 똑같은 소견서를 이렇게 계속 써야 하는 이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그림 서상균
우리 국민은 모두 국민건강보험에 의무 가입돼 있다. 해서, 보험이 적용되는 질환이나 치료에 대해선 환자가 일부 내고, 나머지는 국가가 병원에 지급한다. 그런데 여기서 초과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 후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담당의사는 삭감 내역 통보에 대해 왜 그런 치료가 필요했는지에 대해 소견서를 제출한다. 물론 이런 의견이 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경우 삭감된 치료비는 고스란히 병원이 안게 된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개복했을 때 예상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정해진 것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들어가는 비용을 정작 환자에게 부과하지 못하고 병원이 직접 부담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얼핏 환자 입장에서는 내 주머니의 돈이 나가지 않아 이득일 것처럼 생각되지만, 병원도 계속 적자를 떠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삭감을 되도록 피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의학교과서의 치료법 대신 의사들이 자조적으로 얘기하는 ‘심평의학’에 따라 치료받게 돼 결국 환자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심평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입원할 경우 ‘삭감 걱정하지 말고 최선의 치료를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의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인 이 사실은 심평원 직원들도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최신의 치료일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이 떠안을 수는 없다. 또 의사들이 필요 이상의 치료를 하거나 허위청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관점에서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집행이 건강보험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느냐 하는 점이다. 원래 보험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큰 사고나 비용에 대비하는 목적이 크다. 그런데 통계청의 국민보건의료실태통계에 따르면 경증외래진료비가 연평균 5% 정도 증가하고 있다. 감기나 단순 염좌 같은 질환에서의 건강보험 적용률을 떨어뜨리고 암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같은 중하고 본인 부담이 큰 부분의 지원이 더 커져야 하는 게 원래 보험의 취지에 맞지 않은가. 자동차 보험의 경우 작은 사고는 보험료 상승을 우려해 본인 돈으로 수리하고, 비용이 클 경우 보험에 기댄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게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나브로 이러한 방향으로 건강보험체계가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선천성 심장질환에 사용되는 인공혈관의 수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측정하여 이를 공급하는 회사가 공급을 철회한다느니, 카이로프락틱과 같은 도수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느니, 고가의 한약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느니 하는 소식을 더 많이 듣는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신장을 기증, 생체 신장을 이식하는 과정에 아이의 오른쪽 장골정맥이 장기간의 투석관 거치로 인해 혈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를 수술 중에 제거하고 거기에다 신장 이식을 힘들게 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혈전 제거술에 대한 수가를 심평원에서 삭감했다. 거기에 대해 삭감하지 말아달라고 소견서를 쓰는 심정은, 착한 일을 하고도 선생님께 야단맞고 반성문을 쓰는 학생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첫 단계이고, 이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고민해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선진 건강보험체계로 바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외과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김형오 “이언주, 부산 바람몰이용…서병수는 전략 자산”
  2. 2남천삼익비치 재건축 급물살, 부산시 1차 심의 통과…“내년 초 분양”
  3. 3배재정·장제원 “이번에도 너냐”
  4. 4홍준표 ‘쎈 말 투쟁’ 선언…양산 한국당 ‘역풍’ 걱정
  5. 5여야 4·15총선 공천 속도…민주 부울경 7곳 확정
  6. 6부산 수영구, 봄·봄·봄 서포터즈 회의 개최
  7. 7꼬리문 대기차량·인파 뒤엉켜 곳곳 혼잡
  8. 8사하갑 야권 공천 혼란…여당 최인호 공약 발표
  9. 929번 환자 감염경로 확인 안돼…지역사회 전파 우려
  10. 10여당, 북강서을·양산갑 전략공천…기존 후보들 “낙하산 웬 말”
  1. 1한국당 김성태, 박인숙 불출마 선언
  2. 2배재정·장제원 “이번에도 너냐”
  3. 3중앙발 잇단 악재에…영남 현역들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4. 4김형오 “이언주, 부산 바람몰이용…서병수는 전략 자산”
  5. 5여당, 북강서을·양산갑 전략공천…기존 후보들 “낙하산 웬 말”
  6. 6홍준표 ‘쎈 말 투쟁’ 선언…양산 한국당 ‘역풍’ 걱정
  7. 7사하갑 야권 공천 혼란…여당 최인호 공약 발표
  8. 8
  9. 9
  10. 10
  1. 1 ‘언택트 시대’의 부동산시장과 투자 방향
  2. 2광역 교통망 갖춘 초역세권 오피스텔…‘10년 임대 보장제’ 도입
  3. 3공정위 “계열사 20개 누락”, 네이버 이해진 검찰 고발
  4. 41조 손실 ‘라임’ 불법확인에 줄소송 예고
  5. 5작년 직장서 밀려난 40·50대 50만 명
  6. 6중국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 1800t 긴급 통관
  7. 7LG화학, 미국 ITC 배터리소송서 ‘승기’
  8. 85년전 분양가로 누린다 ‘명동2차 화성파크드림’
  9. 9
  10. 10
  1. 1 전국에 비나 눈···‘찬바람에 기온 뚝↓’
  2. 2 ‘코로나19’ 국내 29번째 환자는 해외 여행력 없는 82세 한국인
  3. 3 “국내 29번째 ‘코로나 19’ 환자 상태 전반적 안정”
  4. 4이케아 동부산점 개장 첫 주말…“교통관리로 큰 교통대란 없어”
  5. 5 국내서 29번째 코로나19 환자 나와
  6. 629번 환자, 감염경로 불분명…해외 방문 이력도 없어 보건당국 ‘비상’
  7. 7불법 후원금 주고받은 업체 대표, 정치인 인척 등 벌금형
  8. 8은행 털려다가 실패한 70대 남성 경찰에 붙잡혀
  9. 9음주운전하다 출동한 경찰 보고 도주…경찰 “골목길에 주차해둔 차량 5대 파손”
  10. 10 우한 2차 교민 334명 전원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퇴소
  1. 1리버풀, 노리치에 1-0 승리···‘교체 투입 마네 결승골’
  2. 2보르도 VS 디종 선발 라인업 공개···‘황의조 선발’
  3. 3쇼트트랙 박지원, 6차 월드컵 1500m 우승···‘시즌 랭킹 1위 확정’
  4. 4리버풀 VS 노리치시티 선발 라인업 공개
  5. 5박인비, 한국 골프 사상 두 번째 LPGA 투어 20승 달성
  6. 6이강인, 아시아 유일 UEFA 선정 ’2020년 주목해야 할 선수‘에 선정
  7. 7바르셀로나, 헤타페에 2-1 승리···‘레알과 승점 동점’
  8. 8프라이부르크, 아우크스와 1-1 무승부···'권창훈 7분 교체 출전'
  9. 9러시아 바이애슬른 선수, 소치 동계올림픽 도핑 발각돼 메달 박탈
  10. 10K리그1 부산, 강민수 영입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내가 사랑한다는데, 뭐 어때서 /박정오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형 일자리와 부산연대기금 /김화영
국제관광도시 부산 시민 자세는 /박지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징색이 중요해
조개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사설 [전체보기]
항만 곳곳 안전사각…지속적 관리로 사고 재발 막아야
닷새 만에 코로나19 확진자, 긴장 끈 놓아선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