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술한 신장이식 환자에게 지혈제를 왜 추가로 사용해야 했는지에 대한 소견서를 적고 있다. 신장혈관을 문합한 부분에 허용되는 지혈제 외에 조직검사를 했던 부분의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늘 똑같은 소견서를 이렇게 계속 써야 하는 이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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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우리 국민은 모두 국민건강보험에 의무 가입돼 있다. 해서, 보험이 적용되는 질환이나 치료에 대해선 환자가 일부 내고, 나머지는 국가가 병원에 지급한다. 그런데 여기서 초과 발생한 의료비에 대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 후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담당의사는 삭감 내역 통보에 대해 왜 그런 치료가 필요했는지에 대해 소견서를 제출한다. 물론 이런 의견이 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경우 삭감된 치료비는 고스란히 병원이 안게 된다.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개복했을 때 예상보다 상태가 안 좋으면 정해진 것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들어가는 비용을 정작 환자에게 부과하지 못하고 병원이 직접 부담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얼핏 환자 입장에서는 내 주머니의 돈이 나가지 않아 이득일 것처럼 생각되지만, 병원도 계속 적자를 떠안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삭감을 되도록 피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의학교과서의 치료법 대신 의사들이 자조적으로 얘기하는 ‘심평의학’에 따라 치료받게 돼 결국 환자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심평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입원할 경우 ‘삭감 걱정하지 말고 최선의 치료를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의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인 이 사실은 심평원 직원들도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최신의 치료일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이 떠안을 수는 없다. 또 의사들이 필요 이상의 치료를 하거나 허위청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관점에서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 집행이 건강보험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느냐 하는 점이다. 원래 보험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큰 사고나 비용에 대비하는 목적이 크다. 그런데 통계청의 국민보건의료실태통계에 따르면 경증외래진료비가 연평균 5% 정도 증가하고 있다. 감기나 단순 염좌 같은 질환에서의 건강보험 적용률을 떨어뜨리고 암이나 선천성 심장질환 같은 중하고 본인 부담이 큰 부분의 지원이 더 커져야 하는 게 원래 보험의 취지에 맞지 않은가. 자동차 보험의 경우 작은 사고는 보험료 상승을 우려해 본인 돈으로 수리하고, 비용이 클 경우 보험에 기댄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게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나브로 이러한 방향으로 건강보험체계가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선천성 심장질환에 사용되는 인공혈관의 수가를 터무니없이 낮게 측정하여 이를 공급하는 회사가 공급을 철회한다느니, 카이로프락틱과 같은 도수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느니, 고가의 한약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느니 하는 소식을 더 많이 듣는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신장을 기증, 생체 신장을 이식하는 과정에 아이의 오른쪽 장골정맥이 장기간의 투석관 거치로 인해 혈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를 수술 중에 제거하고 거기에다 신장 이식을 힘들게 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혈전 제거술에 대한 수가를 심평원에서 삭감했다. 거기에 대해 삭감하지 말아달라고 소견서를 쓰는 심정은, 착한 일을 하고도 선생님께 야단맞고 반성문을 쓰는 학생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첫 단계이고, 이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고민해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선진 건강보험체계로 바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