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정치권도 심상치 않다. 부산 울산 경남의 미래가 걸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루는 입장과 속도 말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안을 검증하고 대안을 찾을 기세였다. 지난 2월 부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 부산·김해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남권 5개 시도 간 합의가 안 되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예산당정협의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해신공항을) 총리실 주도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국무조정실이 (신공항 검증문제에 대해) 조정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했다.
정부여당의 핵심부가 김해신공항 검증을 신속히 끝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무려 14년이나 끈 김해공항 이전 문제가 돌고 돌아 김해공항 확장으로 가는 ‘거꾸로 된 결정’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24시간 운항 가능한 관문공항’의 시계는 국토교통부에서 멈췄다.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원안고수’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식의 국토교통부의 대응을 두고 ‘뒷말’이 많다. 먼저 국토교통부에서 ‘자기부정 불가론’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토교통부가 실무적, 기술적으로 산출한 결과물을 자기 손으로 뒤엎을 수 없다는 논리인데 정부정책의 신뢰성과 연속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주객이 뒤바뀐 것이다. 2016년 10월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를 찾은 적이 있다. 20분 정도마다 대화가 중단됐다. 대구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소음 때문이었다. 김포공항을 확장하지 않고 인천공항을 지은 이유도 이런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국토교통부는 수치로 된 결과보다 중요한 요소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희생을 감수하고 결정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가최고책임자의 판단을 깔아뭉개겠다는 ‘항명’으로 비칠 수 있다.
국무총리가 국무조정실에서 최종적인 조정을 하겠다는 의사를 공언한 상황이어서 국토교통부의 시간끌기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꼬인 문제를 풀기 위한 정부의 조정장치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김해신공항 정책결정 라인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납득하기 힘들다. 노무현 정부 때 부산과 경남 사이에 벌어진 시·도경계 획정과 신항 명칭 갈등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해양수산부가 국무조정실의 조정을 통해 해결했지만 이 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없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언급도 해야겠다. 김 장관이 경기도 일산의 지역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천공항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24시간 동남권 관문공항’에 부정적인 게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차기 대선 호남 후보로 거론되는 이낙연 총리가 동남권 신공항을 PK 구애를 위한 소재로 삼기 위해 적절하게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말도 터무니없는 헛소문이어야 한다.
최악은 ‘내년 총선 활용론’이다. 여야 정치권은 신공항을 세 번의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공약으로 마르고 닿도록 우려먹었다.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신공항을 다시 한번 선거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이 신공항을 표를 모으는 소재로 우려먹겠다는 얄팍한 술수를 부린다면 이번에는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신공항은 특정정파의 ‘전리품’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시간을 끌수록, 총선이 다가올수록 신공항은 정치색이 덧칠 되고 불필요한 논란만 가중된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지난 2월 발언이 정답이다. “(신공항) 사업이 표류하거나 지나치게 사업이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 그대로 하면 된다.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