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경기장에선 영국신사처럼 행동하라 /송강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7 19:07:25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축구에 제대로 미친 선배가 있다.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하고 공 차는 맛에 세상을 산다고 말한다. 얼마 전 이 선배가 부산에 온 적이 있다. 식사하러 가는 차 안에서 뜬금없이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A 씨를 아느냐고 물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국가대표 출신으로 유명 구단 감독까지 역임한 사람이라 안다고 했다. 왜 그러는지 물었다.

선배는 얼마 전 A 씨가 속한 조기 축구팀과 경기를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속사정도 모르고 전 대표 선수와 게임해서 “가문의 영광이었겠네요”라고 하자 선배는 그 팀과 경기 도중 큰 사달이 났다고 털어놨다. 사달이 났던 원인은 알량한 자존심 싸움이었다.

국가대표 출신이 속한 이 팀은 선수 출신과 아마추어가 섞여 있고, 선배가 속한 팀은 전원 변호사로 구성된 팀이었다. 대부분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팀 입장에선 펜대만 굴리는 변호사 팀에게 패할 경우 자존심이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와 달리 변호사 팀은 전 국가대표를 포함해 대부분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강팀을 이길 경우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 순간)’이 될 수 있고 설령 패한다 하더라도 겨자씨만큼도 손해볼 것 없는 시합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변호사 팀은 밑져야 본전, 대부분 선수 출신으로 구성된 팀은 이겨야 본전 상황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자신들의 영웅한테 한 수 배울 요량으로 경기에 임했던 변호사 팀 선수들은 전 국가대표 출신들로부터 ‘특유의 근성’을 목격하고 망연자실한 것 같다. 실망을 넘어 적대적인 감정까지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평소 국가대표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나쁜 감정과 태도를 보여준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동호회 수준의 일반인 가운데 국가대표 출신 선수와 경기나 연습을 하고 나면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합 후엔 그들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누구보다 경기장에서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할 사람들이 놀이마당에 불과한 시합에서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눈꼴사나운 태도를 보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종목을 막론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고 힘들다. 축구는 K리그에서만 뛰어도 최소 0.63% 안에 들어야 한다. 날고 기는 프로선수 중 국가대표(24명)에 선발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승패를 떠나 경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에겐 큰 영광이고 흔치 않은 경험이다.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이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피차 득이 될 것이 없다.

선수 출신들은 주변 사람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격려해준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들은 국민에게 받은 응원과 격려를 경기장에서 만큼은 좋은 태도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보답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재임기간 때보다 퇴임 후 더 사랑받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혹여라도 경기장에서 자기를 제치고 나가는 아마추어 선수를 보고 자존심 상한다거나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경기장에서 뛰는 걸음걸음마다 자신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서 평생 멋진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도와주자.

시인 배연일은 사랑은 아카시아 향내처럼 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그렇게 온다고 했다. 비록 세월이 흘러서 몸이 둔해지고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함께 호흡하며 영국 신사처럼 멋진 태도를 보여준다면 화려한 선수 시절보다 더 큰 사랑과 존경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동서대 레포츠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세계 최대 규모 ‘아르떼뮤지엄’ 영도에 문 열었다
  2. 2“전기차 반등은 온다” 지역 부품업체 뚝심 경영
  3. 3지역 새마을금고 부실대출 의혹…檢, 1년 넘게 기소 저울질
  4. 4르노 그랑 콜레오스 3495만 원부터…내달 친환경 인증 뒤 9월 인도 시작
  5. 5반도체·자동차 ‘수출 쏠림’…부산기업 71% “올해 수출 약세”
  6. 6소설로 써내려간 사부곡…‘광기의 시대’ 부산을 투영하다
  7. 7“한국전쟁 후 가장 많은 이단·사이비 생겨난 부산…안전장치로 피해 막아야”
  8. 8청약통장 찬밥? 부산 가입자 급감
  9. 9종부세 수술로 세수타격 구·군 “지방소비세율 높여 보전을”
  10. 10해바라기와 함께 찰칵
  1. 1韓 ‘폭로전’사과에도 발칵 뒤집힌 與…‘자폭 전대’ 후폭풍
  2. 2과기부 장관 후보에 유상임 교수…민주평통 사무처장엔 태영호(종합)
  3. 3이재명 “전쟁 같은 정치서 역할할 것” 김두관 “李, 지선공천 위해 연임하나”
  4. 4채상병 1주기…與 “신속수사 촉구” vs 野 “특검법 꼭 관철”
  5. 5[속보] 군, 대북 확성기 가동…북 오물풍선 살포 맞대응
  6. 6尹탄핵청원 청문회 여야 격돌…고성 몸싸움에 부상 공방
  7. 7부산시, '제4회 적극행정 유공 정부포상' 대통령 표창 수상
  8. 8“에어부산 분리매각, 합병에 악영향 없다” 법률 자문 나와
  9. 9이승우 부산시의원 대표 발의 '이차전지 육성 조례안' 상임위 통과
  10. 10우원식 “2026년 개헌 국민투표하자” 尹에 대화 제안
  1. 1“전기차 반등은 온다” 지역 부품업체 뚝심 경영
  2. 2르노 그랑 콜레오스 3495만 원부터…내달 친환경 인증 뒤 9월 인도 시작
  3. 3반도체·자동차 ‘수출 쏠림’…부산기업 71% “올해 수출 약세”
  4. 4청약통장 찬밥? 부산 가입자 급감
  5. 5“전기차 2~3년 내 수요 증가로 전환” 공격적 투자 지속키로
  6. 6결국 업계 요구 수용…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 1년 연장(종합 2보)
  7. 7전단지로 홍보, 쇼핑카트 기증…이마트도 전통시장 상생
  8. 8[속보]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기간 1년 연장
  9. 9체코 뚫은 K-원전…동남권 원전 생태계 활력 기대감(종합)
  10. 10정부,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 1년 연장(종합 1보)
  1. 1지역 새마을금고 부실대출 의혹…檢, 1년 넘게 기소 저울질
  2. 2종부세 수술로 세수타격 구·군 “지방소비세율 높여 보전을”
  3. 3부산 단설유치원 ‘저녁돌봄’ 전면도입
  4. 4해운대구서 사고 후 벤츠 두고 떠난 40대 자수
  5. 5오늘의 날씨- 2024년 7월 19일
  6. 6[속보]부산 해운대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상가로 돌진
  7. 7[뭐라노-이거아나] 사이버렉카
  8. 8부산서 유치원생 48명 탑승한 버스 비탈길에 미끄러져
  9. 9음식 섭취 어려워 죽으로 연명…치아 치료비 절실
  10. 10부산·울산·경남 늦은 오후까지 비…예상 강수량 30∼80㎜
  1. 1동의대 문왕식 감독 부임 첫 해부터 헹가래
  2. 2허미미·김민종, 한국 유도 12년 만에 금 메친다
  3. 3“팬들은 프로다운 부산 아이파크를 원합니다”
  4. 4마산제일여고 이효송 국제 골프대회 우승
  5. 5파리 ‘완전히 개방된 대회’ 모토…40개국 경찰이 치안 유지
  6. 6손캡 “난 네 곁에 있어” 황희찬 응원
  7. 7투타서 훨훨 나는 승리 수호신…롯데 용병처럼
  8. 8음바페 8만 명 환호 받으며 레알 입단
  9. 9문체부 ‘홍 감독 선임’ 조사 예고…축구협회 반발
  10. 10결승 투런포 두란, MLB ‘별중의 별’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상임위 7곳 중 6곳이 초선 위원장, 구의회 경험 바탕 ‘전문성’ 기대감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에어컨의 대명사에 남긴 이름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허치슨터미널, 우리나라 1호 기록에 도전하다
AI의 일상화와 창작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부산촬영소 시대
김경문 양상문 롯데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 키우기 1원칙 ‘운동’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사설 [전체보기]
국민대차대조표에 나타난 부산시 쪼그라든 위상
악성 임대인 처벌 강화하도록 규정 개정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산복도로 조망권, 적극적인 미래전략 필요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