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는 북유럽에서 오래된 상인 조직인 한자동맹이 본거지를 둔 상업도시로서 면모가 깊은 독일 제2 도시이다. 지리적으로는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 등이 가까운 지리적 요충이기도 하다.
그런 함부르크는 요즘 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 곳곳에 녹지벨트를 확충하고 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기업들을 유치해 벌써 100여 개 기업이 이곳으로 글로벌 본사를 옮겼다.
두 개 호수가 있는 이곳은 그 주변으로 아름다운 주택들이 재생돼 상업도시에서 미학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듯하다. 도시 곳곳을 걸어보면 활기가 물씬 풍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유럽 주요 도시로서 스스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노력을 발견하게 된다.
밀라노는 유서 깊은 이탈리아 제2 도시다. 롬바르디아 평원에 발달한 공업도시로서 북부 이탈리아의 중심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디자인과 패션의 도시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자영업 기반이 강한 밀라노는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나 도시가 역동성을 찾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통신 기업이나 자동차 기업 등의 디자인 개발협력과 전시의 교류를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도시 모습도 변화가 나타나 전통의 보존과 역사성을 위주로 관리되던 도시 풍광이 컨벤션과 쇼핑, 관광 문화 인프라를 강화하는 변화를 느끼게 한다. 도시 전체 인구의 15%가 외국인인 이곳은 다국적 도시로서 어려운 이탈리아 경제의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이베리아 반도의 상공업도시이자 항구도시로서 역사가 깊은 스페인 제 2 도시이다. 자치지방으로서 카탈루냐주의 주도이기도 한 이곳은 스페인 중앙정치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얻고자 하는 자주적인 의지와 노력이 아주 강열한 곳이다.
무엇보다 수도인 마드리드에 대한 대항의식이 강한 도시다. 이전에는 프랑스나 스페인의 침략을 자주 받다가 원래 독립지역이던 이곳의 자치권을 스페인에 잃은 오랜 질곡의 시간이 있었던 탓에 지금도 자신들의 카탈루냐 언어를 사용하며 스스로 자부심을 지키며 살아간다. 특히 과거 산업도시의 역사를 되살리고 카탈루냐 지역의 힘을 부활하려고 글로벌 기업 활동과 본거지 유치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와 마이스(MICE)전시회가 바로 이곳에서 열렸다.
오사카는 머지않아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통합에 박차를 가할 기회를 부단히 모색하고 있다. 얼마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오사카유신회라는 이곳 지역정당 후보인 기존 오사카부 지사와 오사카시 시장이 통합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서로 자리를 바꿔 출마해 여당인 자민당 후보를 누르고 다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오사카는 지금 자신들의 자주적인 도시 미래를 스스로 열어나가기 위해 지역 내부의 단합과 고유성을 되찾는 기운이 곳곳에서 뜨겁게 느껴지고 있다. 일본 산업도시의 힘 있는 역사를 반드시 되찾고자 하는 의지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지리 관련 과목을 강의하던 중 한 학생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진정한 제2의 도시는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다. 여러 근거를 통해 부산이라고 일러주었더니 그 학생은 인천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인천은 과거 제5의 도시였으나 서울과 수도권의 후광으로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 어느새 제2 도시를 넘보고 있다.
그러나 도시는 7가지 기본이 있어야 한다고 15세기에 이미 베네데토 데이가 주장했다. 그는 그 7가지를 자유, 품격, 청결, 대학, 마을, 예술가, 상공인으로 꼽았다. 세월이 흘러도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다. 특히 자유와 품격 그리고 대학과 상공인, 예술가는 아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상공인과 예술가가 도시자유의 아우라라면 대학은 도시 품격의 인프라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부산 위상을 어디와 견주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이러한 마음 불편한 도시 평판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젊은 시민이 공부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힘으로 다시 부산을 뒤흔들기를 기대해본다.
부산은 제2 도시라는 과거는 있는데 오늘이 딱히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글로벌경영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