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한 부산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부산시가 동구 초량동 정발 장군 동상 앞에 임시로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기습 철거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이날 ‘항일거리 선포대회’를 열고 시의 노동자상 기습 철거를 규탄했다. 부산 동구에 임시로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오래전부터 설치와 철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문제는 2017년 8월 영화 ‘군함도’ 상영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조선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시민단체들이 당시 희생된 조선인을 기리고자 서울에 이어 부산에도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노동절을 맞아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하려던 강제징용노동자상은 경찰과의 마찰로 일본영사관 인근에 설치됐다. 노동자상을 세우려는 시민단체가 예정일보다 하루 앞서 설치를 시도했지만, 경찰이 이를 막아 원하던 곳에 설치하지 못했다. 결국 시민단체는 경찰과의 충돌을 우려해 목표했던 지점인 영사관 후문 앞에서 약 40m 떨어진 지점에 ‘현 위치 설치’를 선언하고 해산했다. 약 한 달간 일본총영사관 인근 인도에 놓였던 노동자상은 동구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돼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겨졌고,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지난해 7월 4일 노동자상을 돌려받아 이를 경기도 남양주시 일원에 보관해 왔다. 당시 “소녀상 77점과 노동자상 4점을 제작했는데 유독 부산에서만 작품이 철거되거나 파손됐다”며 노동자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는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후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지난달 1일 동구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함께하는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를 열어 강제 철거됐던 노동자상을 원래 장소에 다시 설치했으나 지난 12일 부산시의 행정대집행 강행에 따라 정발 장군 동상 앞 인도에 있던 노동자상은 다시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겨지는 수난을 겪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통해 지난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고 새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자는 역사의식에 대한 서로의 인식차이와 외교 등으로 포장된 서로의 유불 리가 사회적 인식과 법 감정의 차이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건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잊힌 근대사의 배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서로의 인식이 다른 차이에 대해 사실을 중심으로 차이를 해소하고 올바른 역사적 사회의식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법과 행정의 집행이 필요할 때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는가. 이미 예상된 문제에 대해 좀 더 세밀하고 다양한 접근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합의와 숙의의 민주적인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민의 민의가 반영되는 자주독립의 평화세계를 이룩하는 데 우리 사회와 개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요즘 국민 눈높이라는 말이 항간에 떠돈다. 인사청문회에서 신조어처럼 국민 정서나 눈높이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 현실을 얘기한다. 그러나 정말 묻고 싶은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과 행정부가 정말로 국민에게 의견을 구하고 국민 정서와 눈높이를 확인해봤는가 하는 것이다. 현안에 대한 개인적 유불리를 갖고 국민 정서니 눈높이니 하며 국민을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국민을 무서워하며 현안에 대한 공부와 역사의식을 갖고 협치의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눈 감고 모른 채 하는 시민이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시대 정신을 발전시켜 민주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적극 나서야겠다.
이주민문화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