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당신은 따뜻한 사람입니까? /윤부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15 19:16:23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학 시절 “밥 먹었어?”라고 묻는 선배에게 선뜻 “예”라고 답할 수 없어 갈등했던 기억이 있다. 이미 먹었다는 말에서 느껴지는 거절의 뉘앙스가 부담스러웠고, 혼자 먹도록 방치하려니 마음이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모처럼 선배를 알아갈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였다. 누군가와 식탁을 마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외에 ‘관계와 소통’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정말로 ‘밥’이 절실한 이유는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데 있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힘들게 음식을 찾아서 먹고, 섭취한 음식으로 내 몸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바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온도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몸의 온도를 유지하는 항온동물은 변온동물보다 10배 이상 많이 먹어야 한다. 외부 온도와 무관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대신 많이 먹어야 하는 짐을 얻은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처음 마주했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솔직히 처음에는 작은 털모자 하나가 생명을 구한다는 자체를 믿지 않았다. 그것도 더운 나라에서 말이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은, 일교차가 큰 아프리카 지역에서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사망하고 400만 명은 한 달 안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정성을 다해 뜬 털모자는 실제로 수많은 신생아를 구해냈다. 사람의 ‘체온’이 허투루 볼 문제가 아님을 알려준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생물학자로서도 나는 무지했다.

한때 ‘체온면역법’이라는 인식이 일반인에까지 폭넓게 자리 잡았었다. 이는 뇌나 장기 등의 심부 체온을 산소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37.2도로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면역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유해 인자로부터 몸을 방어하고 적정상태를 유지하는 능력이다. 면역세포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체온의 변화만으로도 자신의 면역력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된다. 체온변화로 인한 면역력 저하는 우리 인체에서 많은 부가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저체온으로 인한 피로, 무기력증, 감기, 식욕부진과 같은 소소한 증상에서부터 냉증의 지속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은 물론 암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높은 체온이 오래 지속될 경우도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체온은 생활 습관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 기분 좋게 들이켜는 차가운 맥주, 24시간 틀어둔 에어컨, 보온성이 떨어지는 옷 등이 체온을 낮추는 주범이다. 운동부족은 말할 것도 없다. 반대로 과음, 지나치게 매운 음식과 육식 위주의 단조로운 식단은 체온을 올리는 나쁜 습관들이다. 또한, 지나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밥을 먹거나 운동을 하면서 만들어진 열에너지는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운반되는데, 혈관 수축으로 혈액이 충분이 공급되지 않으니 결국 체온이 내려가는 것이다. 흡연이나 카페인도 혈류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적정 체온을 유지하며 이 모든 문제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운동’이다.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만 걸어도 0.5도 정도의 체온이 상승된다. 그러니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체온유지와 면역력 강화를 통해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결국 잘 먹고 운동해서 피가 원활히 돌아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건강의 기본이 된다. 몸만 그렇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도 따뜻한 ‘피’가 돌아야 건강할 수 있다. 외로움과 배고픔을 느끼는 뇌신경은 매우 근접해 있다고 한다. 대학시절 나의 밥을 걱정했던 선배는 어쩌면 나의 외로움을 걱정했는지도 모른다. 외로움의 온도는 낮고, 소통의 온도는 높다. 흥미로운 건 외로움만큼 소통도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지속적인 ‘관계의 온기’는 사회 전체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체온은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따뜻한 사람입니까?’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3. 3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 1[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2. 2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뭐라노] 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7. 7"악의적 가짜뉴스" 민주당, ‘김혜경 여사 골프 의혹제기’ 주진우 고발
  8. 8박수영 의원, 민원해결 창구 6년간 300회 운영
  9. 9인권위, 김병기 전 보좌관 제기 '국수본 수사 지연으로 인권침해' 진정 각하
  10. 10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매출 104조, 영업이익83조
  4. 4한신공영, 가덕도신공항 접근도로 건설 사업자로 사실상 낙점돼
  5. 5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6. 6올해 1~9월 부산 순유출 인구 5800명…2년새 절반 축소
  7. 7SK하이닉스 메모리 위기론 일축…“2029년까지 D램·HBM 완판”
  8. 8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9. 9이형일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10. 10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8. 8제17회 부산고등어축제, 10월 30일 송도해수욕장에서 개막
  9. 9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10. 10“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4. 4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5. 5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6. 6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7. 7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8. 8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9. 9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10. 10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지긋지긋한 론스타
어떤 ‘최장수’ 기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79년 정론 국제신문 정상화 요구 들불처럼 번진다
노후 원전 사용연장 안전에 일말의 의심 남지않게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