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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생명 열쇠 쥔 텔로미어·텔로머라아제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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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08 19:20:4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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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명의 한계는 115세’라는 제목의 논문이 2016년 네이처에 발표되었다. 현재까지 최고로 장수한 사람은 프랑스인 장 칼망(Jeanne Calment)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으며, 그녀는 122년164일을 살았다. 유전학자인 뮬러(Muller) 박사는 염색체 연구를 하던 중, 1938년에 그 염색체 말단을 ‘텔로미어(telomere)’라 명명했다. 이 말은 그리스어로, ‘말단’의 ‘telos’와 ‘부분’의 ‘meros’를 의미하지만, 그 당시는 텔로미어의 역할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2009년에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텔로미어와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들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과연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는 무엇인가? 우선 텔로미어는 진핵생물의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DNA조각으로 그 말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운동화의 신발끈을 보자. 그 끝에는 끈의 올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용 플라스틱이 있다. 이것을 ‘애글릿(aglet)’이라 한다. 염색체가 신발 끈이라면, 텔로미어는 애글릿이다. 보통 체세포는 분열할 때 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데, 너무 짧아지면 세포가 분열하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이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이 텔로미어이다.

1996년 7월에 복제 양 ‘돌리’가 탄생했다. 이때 ‘돌리’의 텔로미어는 정상적으로 태어난 같은 나이의 양보다는 약 20% 짧다고 보고되었다. 사실 ‘돌리’를 만들기 위해, 6살 된 양의 체세포를 사용했다. 따라서 ‘돌리’는 태어나자마자 이미 6년을 산 양의 텔로미어처럼 짧아진 길이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의 수명은 12~15년이기 때문에 ‘돌리’는 2006년께 수명이 다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돌리’는 2001년 말부터 관절염을 시작으로 줄곧 앓다가 2003년 2월 14일에 폐 질환으로 안락사되었다. 6세로 단명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수명 및 질환의 요인에 텔로미어가 부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텔로미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짧아지기 때문에 ‘생명의 시계이자 회수권’이라 불린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블랙번 교수는 텔로미어 연구를 위해 ‘테트라히메나(tetrahymena)’를 사용했다. 이 생물의 세포 핵은 무려 2만 개의 염색체, 텔로미어를 포함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염색체 끝에 단순하게 반복되는 텔로미어의 DNA서열을 발견했다. 사람의 텔로미어의 염기서열은 TTAGGG이며, 식물에서는 TTTAGGG이다. 하지만 세균의 DNA는 고리형 구조이기 때문에 ‘말단’이 없어서 텔로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블랙번 교수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신장되는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고, 그 역할을 하는 물질이 ‘텔로머라아제’라는 것도 발견했다. 이 물질은 텔로미어의 특이적 반복서열을 신장시키는 효소이다. 일반적인 체세포와는 달리 생식세포, 줄기세포 및 암세포의 무한분열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텔로머라아제’ 때문이다. 이 효소는 정상세포에 대해 수명 연장의 긍정효과와 암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켜 수명을 단축하는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텔로머라아제는 양날의 검이다. 암세포에서 이 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킬 수 있다면 암 치료에 활용 가능할 것이다.

요즈음 세간의 화젯거리는 ‘무절제에 의한 사사로운 과욕과 갑질’이다. 이들 이슈는 사회 구성원에게 화를 부추기고, 그로 인해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되어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스트레스라는 악영향을 주고, 텔로미어를 짧게 하여 수명 단축을 야기시킨다. 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일까? 노자에 ‘무위자연’이라는 말이 있다. 사사로운 과욕과 이기심을 버려야 몸이 아니라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장 칼망은 장수의 비결로 항상 웃음과 보람된 일을 하는 것을 꼽았다. ‘소문만복래’와 일맥상통한다. 웃으면 엔돌핀과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정신과 육체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웃음은 텔레미어의 보충제, 즉 수명을 연장해 주는 텔로머라아제에 해당된다. 사욕과 이기심이 없는, 웃음 가득하고 밝고 투명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부경대 생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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