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의료진은 작은 수술일지라도 수술 전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는다. 아무리 선의로 이뤄지는 수술이어도 동의 없는 수술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본인과 보호자의 동의 없이 수술을 한 병원과 의료진은 관련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최근 부산시는 ‘선의’를 내세워 전임 시장이 수립한 서부산 개발 계획을 ‘대수술’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의 ‘동의’는 생략됐다. 시가 동의 없는 대수술을 벌였다는 사실은 지난달 28일 시 발표가 나온 직후 서부산권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들과의 통화에서 즉각 알 수 있었다.
시는 전임 시장의 무리한 개발 계획을 획기적으로 바로잡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정작 해당 구·군은 시가 어떤 사업을 수술할 것인지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에 각 구청장은 시의 발표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지역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한바탕 소동을 벌인 서부산권의 한 구청장은 큰 틀에서 시의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른바 ‘동의 없는 대수술’에는 큰 불만을 드러냈다. 전임 시장이 각 구·군과 논의 없이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운 데 이어 오거돈 시장이 이끄는 민선 7기 역시 구·군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사업 계획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물론 시로서는 시책 사업인 까닭에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입안하고 수정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이 역시 시가 중앙 정부를 향해 줄곧 외치는 ‘지방 분권’과 동떨어진 처사이지만, 적어도 그렇다면 수술을 벌이는 의료진 격인 시 공무원들은 손발이라도 제대로 맞아야 한다.
하지만 시 도시균형재생국의 거창한 발표와 달리 실무 부서는 추진해온 사업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의료진이 자신이 어떤 수술을 하는지조차 모른 채 환자를 상대로 메스를 들고 덤비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논란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시는 뒤늦게 실무 부서는 물론 각 구·군과 소통하겠다고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꼴이다. 서부산 시민은 언제까지 시의 ‘폭력’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시의 진정성 있는 답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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