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시 ‘마음현상 : 나와 마주하기’는 작가가 기획자가 되고, 관람객이 수행자가 되어 작품을 완성하는 ‘관객참여 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천경우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 ‘1000개의 이름’. 참가자들은 1분 동안 주어진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칠해진 대형 벽면에 이어 적는다. 천 작가의 퍼포먼스는 자신과 타자의 존재를 일깨움으로써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미술의 소비자’에 그쳤던 대중이 ‘창조의 주체’가 되고, 그 결과물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박혜수 작가의 아카이브 작업 ‘실연수집’도 재미있다. 사랑의 흔적을 수집하는 작업으로 아카이브와 설문형식으로 구성된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헤어진 연인에 대한 사연과 실제 물품을 수집하고, 의미가 사라진 물건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그런데 전시회 오픈 하루 만에 두 작업이 모두 일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관람객들이 작품 옆에 붙은 지시 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벽면에 낙서하거나, 자신의 실연 사연 대신 의미 없는 문자를 타이핑하는 등 작품의 의도를 훼손했다고 미술관 측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천 작가의 작품은 벽면을 새로 색칠하는 일주일 가량 전시가 중단되면서 이 기간 방문객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술관, 갤러리의 전시회가 참여형으로 바뀌면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한편에선 관람객이 작품 감상을 방해받거나 전시작품이 훼손되는 일이 빈번하다. 유명한 전시를 방문했는데 연이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로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쫓겨나오듯 전시장에서 나왔다거나,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작품이 훼손됐다는 불만의 글을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시의 참여자’인 시민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관객들이 낙서하는 것도 하나의 표현 방식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창작자의 의도를 크게 벗어나거나 다른 관람객의 감상 행위까지 방해할 정도라면 괜한 우려로 치부하기 어렵다. 작업의 메시지를 파악하고 진지하게 참여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미술관도 관객이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참여형 전시의 안내를 충분히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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