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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학폭 걱정 없는 나라, 과한 욕심인가요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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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03 19:52: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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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보도는 인천에서 동급생을 집단 폭행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청소년들의 끔찍한 범행 전말이었다. 가해학생 4명은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A(14) 군을 불러내 무차별 폭행을 했다. 피할 때마다 10대 더 때리고, 담배 세 개비를 한꺼번에 물려 눈물 또는 침을 흘리면 또 때렸다. 가래침을 입 안과 몸에 뱉는가 하면 바지를 벗겨 성적 수치심도 줬다. 78분간 이어진 폭행을 견디다 못한 A 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야 죽겠다”며 옥상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 가해자들이 밝힌 범행 동기는 A 군이 가해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못생긴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닮았다고 험담한 것이라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도, 수긍할 수도 없었다.

얼마 전 기함할 만한 일이 또 있었다. 5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간 지인 B 씨가 2년 만인 지난 2월 부산에 왔다. 부부 모두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 왔기에 당시로선 난데없는 결정이 놀라웠다. 종종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게 겁난다”라는 말을 해서 막연히 교육문제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이번에 만난 그는 한국의 경쟁심 유발 교육의 문제점에 열변을 토했다. 이어 그는 전날 만났던 대학 동창 C 씨의 초등학생 아들이 당한 학교폭력을 전해 줬다.

C 씨의 초등생 아이는 반 대항 축구대회가 끝난 후 친구들에게 끌려가 맞았다고 했다. 이유는 C 씨의 아이가 축구를 못해 그 반이 졌다는 것.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일을 알게 된 담임교사가 피해 아동에게 사과하라고 말하자, 가해 학생들은 너무도 당당히 “쟤 때문에 졌는데, 좀 맞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답했다. 늘 친구와 비교되고,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는 대한민국 아이들이기에 경쟁에서 지게 만든 원인 유발자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C 씨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할까 고민도 했지만,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는 주변의 권고로 현재 다른 초등학교로 아이를 전학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심각하게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며,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밝힌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참담하다. 초등 4학년부터 고교 3학년에 다니는 재학생 399만여 명이 답한 피해 응답률이 1.3%로 5만 명에 달했다. 특히 중학교(0.7%), 고등학교(0.4%)에 비해 초등학교(2.8%)가 훨씬 높아 어린 시절부터 학교폭력에 노출되고 있었다.

또 다른 지인의 초등생 아들도 지난해 한 학기 동안 학교폭력을 당했다. 뒤늦게 알게된 부모가 학폭위에 신고하자 주변에선 오히려 피해 학생의 부모를 ‘애들 일에 나서 분란을 일으킨다’며 험담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학교와 학폭위 등은 근본 해결책 없이 가·피해자 간 성급한 사과와 화해를 종용해 문제를 봉합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른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가진 그릇된 가치관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없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실문화를 바꾸고 권위주의적으로 학생을 대하는 교사가 인식을 달리할 것을 요구한다. 가정에서도 자녀와 소통하며 고민을 공유하라고 한다. 뻔한 답이지만 국가도, 사회도, 학교도, 개인도 제대로 나서지 않기에 학교는 점점 지옥처럼 변해간다.
헤어지기 전 B 씨는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학교에서는 경쟁 대신 늘 칭찬을 합니다. 초등 1학년 학예발표회를 하는데 강아지가 링을 통과하는 묘기를 하겠다는 아이가 여러 번 실패했는데도 ‘어쩜 이렇게 멋진 걸 할 생각을 했니’라고 칭찬하고, 피아노를 배운 지 3년 동안 한 손으로밖에 연주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대단한 실력이다’며 진심으로 박수를 쳐 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은 아이의 잘한 점을 발견해 칭찬하고, 친구들끼리 비교하는 말은 절대 안 하죠. 우리 아이가 학교 가는 게 너무 행복하대요. 나중에 한국으로 안 오려고 하면 어쩌죠.” 지금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며 사는 게 행복하다는 말은 평생 하지 못할 것 같다.

독자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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