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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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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03 20:00:35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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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물이 오른 대자연이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계절, 봄이 성큼 왔다. 여기저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들의 향연, 아직 바람은 차지만 봄꽃 아래 향기로운 와인 한 잔 나누고 싶은 계절이다. 이럴 땐 화이트와인처럼 가볍고 신선한 분홍빛의 로제와인이 제격이다.

일본 도쿄 긴자식스백화점에서 진열된 로제와인들.
프랑스어로 뱅 로제(Vin Rose)라고 부르는 로제와인은 주로 노천카페나 해변에서 시원하게 해서 마시는 와인이다. 해서, ‘바캉스의 와인’으로 불린다. 최근 일본에서의 인기몰이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세대와 여성들이 즐겨 마시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흔히 로제와인은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섞어 분홍빛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된 상식이다.프랑스에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섞어 로제와인을 만드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샹파뉴(Champagne) 지역만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제와인은 적포도의 과육과 껍질을 같이 넣고 6~12시간 발효시키면서 색이 우러나오면 압착해 껍질을 제거하여 만든다. 보다 가벼운 맛의 로제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침용과정 없이 처음부터 압착을 하면서 원하는 색이 나오도록 압력을 높여 만들기도 한다. 포도껍질과 포도즙의 접촉시간이 짧아 타닌도 적고 신선한 과일의 향기를 머금은 분홍빛의 아름다운 로제와인은 이렇게 탄생된다.

프랑스의 꼬드 뒤 론 지방의 타벨과 루아르 지역의 앙주(Anjou)가 최상품 로제와인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랑그옥-루시옹과 프로방스지역은 대중적인 로제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프랑스 남서부의 가스코뉴 지역에서도 꽃과 과일향을 최대한 살려 신선하고 현대적 감각의 라벨이 독특한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와인의 향과 맛은 다양하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과 로제와인이 다르고, 오크숙성 와인과 탱크숙성 와인의 향과 맛도 그렇다. 만들어진 해마다 다르고, 오래된 와인과 어린 와인의 향과 맛도 차이가 난다.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 생각하면 돼.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에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있잖아. 그래서 좋아하는 걸 자꾸 먹어버리게 되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 숲’ 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이제 와인을 마실 때도 좋아하는 와인만 고집하는 편식은 가급적 피하자.

봄을 조금만 더 품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제 곧 여름이 오면 또 지금의 봄을 잊어버릴 것이다. 그저 지금 계절에 맞는 와인 한 잔을 마시는 재미와 여유. 비싸고 잘 알려진 와인이 아니더라도 계절에 맞고 분위기에 맞는 와인이 좋아진다면 이제 와인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쁨을 줄 것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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