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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홍역과 가짜 뉴스 /박지욱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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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01 19:27:37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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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유행하는 홍역으로 방역당국이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환자가 80명을 넘어섰다. 요즘은 홍역을 심각하게 여기지는 않지만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간단한 병이 아니었다. 반려동물 개로부터 인간에게 옮아온 홍역은 감염력이 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95%가 발병하며, 면역이 없는 집단이 노출되면 속수무책으로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림 서상균
인류의 영양이 증진돼 질병 저항성이 향상되고 백신(예방 접종)의 사용으로 홍역은 건너뛰는 병이 되었다. 하지만 근년에 다시 환자가 늘고 있다. 이유는 바로 가짜 뉴스 때문이다.

1998년 유명 의학저널 ‘랜싯’에 홍역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충격적인 논문이 실렸다. 영국 위장관내과 의사인 웨이크 필드는 백신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살아 있는 홍역 바이러스가 장염을 통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 말은 자폐증 유병률이 가파르게 치솟던 때여서 이 논문은 자폐증 대유행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자폐증은 백신이 나오기 전부터 있던 오래된 병이었고, 20세기 말 발병률이 새삼스레 치솟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영화 ‘레인맨’(1988년)의 흥행으로 자폐증에 대한 대중과 의료계의 이해와 관심이 커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던 자폐증 진단 기준이 완화돼 더 많은 아이가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아울러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환자를 발굴하려 애썼다. 선진국에서는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환아들에게 각종 특수교육과 재활 프로그램이 무상 지원돼 의사들은 애매한 경우라도 자폐증으로 진단해 도움을 받게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일반대중은 자폐증 대유행의 원인을 환경 오염, 화학 물질 남용, 항생제나 백신 때문으로 오해했다. 특히 1960년대 ‘DPT 접종 뇌염’ 사례들은 백신이 자폐증, 동성애, 비만, 난독증, ADHD, 사이코패스를 일으킨다는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었는데, 30년 만에 홍역이 추가된 것이다. 일부 부모는 백신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률이 곤두박질치는 사태로 이어졌다. 홍역은 기다렸다는 듯 뒷방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4년 이 논문이 허위 날조된 것으로 밝혀져 ‘랜싯’은 논문을 삭제했고 웨이크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아 백신 괴담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홍역의 때아닌 창궐은 바로 자폐증 같은 신경계질환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에 뿌리가 있다.

홍역은 아주 무서운 병이었다. 근세기에 구대륙에서는 홍역이나 두창(마마) 같은 돌림병이 창궐하면 인구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 신대륙 발견과 정복의 시기에 면역이 없던 신대륙 주민에게 유입된 홍역과 두창은 인디오 주민을 절멸시킬 정도였다.

미국만 해도 백신 이전 시기인 1960년에 홍역 사망자가 연간 5300명 수준이었다. 접종을 시작한 1963년 이후로 사망자가 가파르게 줄 만큼 백신의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백신 공급이 부족한 개도국에는 홍역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5년부터 홍역 접종을 시작했지만 1980년대 초에도 환자가 매년 50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홍역 백신 접종이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며 연간 환자 발병이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2000~2001년 대유행으로 5만6000명의 환자가 생겼고 그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한국은 2014년 WHO가 인증한 홍역 퇴치국이지만 세계적인 대유행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며 홍역 유행국가들을 주변에 두고 있다.

홍역은 언제든 국내 유입으로 창궐할 수 있다. 허위 날조된 논문 때문에 감염이라는 현실적 위협에 아이를 내버려두는 것이 옳은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제주 박지욱신경과의원 원장·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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