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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마, 이게 부산이다 /안인석

야구·축구장 잇단 신축, 대구의 추진력 부러워

부산 십년넘게 ‘논의중’…팬 불편 언제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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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축구인들의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개장한 축구 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대팍)에서 개막전을 치른 대구FC는 이 경기를 포함해 홈구장 3연속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A매치도 아닌 K리그 경기가 전날 예매로 매진되는 놀라운 일도 벌어졌다. 최근 축구 대표팀 인기에 힘입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대팍’의 대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 라이온즈의 인기를 앞세워 부산 못지않던 야구도시 대구가 축구도시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대구 축구의 눈부신 성공 뒤에는 한 축구인의 열정과 피땀이 있다. 부산에서도 오랫동안 감독을 역임했던 조광래 대구FC 대표가 주인공이다.

대구는 프로축구 승강제가 실시된 2013년 그해 리그 13위로 부진해 2부 리그로 떨어졌다. 2017년 1부 리그에 복귀하기까지 3년을 2부 리그에서 보냈다. 놀라운 점은 2부 리그에 머물던 2014년 축구 전용구장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겼다는 점이다. 그해 말 대표직을 맡은 조광래 대표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장기적으로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전용구장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공을 들였다. 홈구장으로 쓰던 대구스타디움은 축구경기장으로는 최악이었다. 부산의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떠올리면 된다. 선수는커녕 등 번호 식별도 쉽지 않고 드넓은 관중석은 웬만큼 사람이 들어도 휑할 수밖에 없다.

조 대표는 전용구장을 짓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반대에 부딪혔다. 야구도 아니고 무슨 축구 전용구장이냐는 거였다. 특히 당시 대구는 새 야구장 건립에 모든 관심이 쏠린 때였다. 2부 리그 축구팀을 위한 전용구장을 만들자는 소리는 씨알도 안 먹혔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시청과 시의회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공무원들을 설득했다. 마침내 권영진 대구시장이 결단을 내렸다.

500억 원을 들인 ‘대팍’은 올 시즌 만원사례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구장 수용 인원이 1만2000명으로 비교적 소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A매치가 아닌 K리그 경기에 만원관중은 보기 드문 일이다.

대구의 사례를 길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부산의 사정이 참으로 답답하기 때문이다. 대구가 지난해 새 야구장 ‘라팍’(라이온즈 파크)에 이어 올해 축구장 ‘대팍’을 연달아 만들어내는 동안 부산은 10년 넘게 논의 단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엔 아이파크 구단이 구덕운동장 리모델링 계획을 제안했다. 시에서는 이런저런 조건을 달아 미적미적하더니 결국 무산됐다. 부산시축구협회도 회장이 바뀔 때마다 전용구장 이야기를 꺼냈지만, 공수표로 끝났다. 구덕운동장을 전용구장으로 리모델링하는 문제는 지금이라도 검토해볼 만하다. 구덕은 늘 전용구장 최적지로 거론됐다. 공한수 서구청장도 구덕운동장을 축구전용구장으로 바꾸는 문제를 꺼낸 적 있다. 구덕에 전용구장을 짓고 주변 일대를 스포츠 아울렛을 갖춘 ‘축구타운’을 조성한다면 주변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부산은 사직구장 문제를 놓고도 몇 년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 북항에 야구장을 짓는다는 뜬금포가 나오질 않나, 강서로 옮긴다는 둥, 동부산에 신축한다는 둥 설만 난무했다. 단체장도 한몫했었다. 전임 서병수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3월 사직구장을 개폐형 돔구장으로 재건축하겠다고 발표했다. 3500억 원을 들여 2026년까지 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설익은 계획은 누가 봐도 선거용이었다. 서 시장은 낙선했고 돔구장은 없던 일이 됐다. 30년 넘은 구장을 쓰는 곳은 부산과 잠실 뿐이다.

축구전용구장이나 야구장 같은 대규모 체육시설 건설은 구단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체육시설은 국비 지원이 되기 때문에 부지가 결정되면 구단을 설득해 투자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롯데 구단도 사직구장 리모델링이든 신축이든 어느 정도 투자할 생각을 갖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거돈 시장은 오로지 가덕도 신공항에만 매달려 있는 형편이다. 측근들도 공항에 올인한 시장에게 다른 대규모 투자 얘기는 꺼내기가 힘들 것이다. 공무원들은 눈치만 보고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게 뻔하다. 앞으로도 진척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부산에는 조광래 같은 사장도 없고, 권영진 같은 시장도 없다는 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불편한 경기장을 감수해야 할지….

올해 부산 아이파크가 내건 슬로건이 있다. “마, 이게 부산이다.” 불황에 의기소침한 부산시민이 붐업할 수 있게 지역 구단들이 분발했으면 좋겠다. “마 이게 부산이다”고 큰소리 좀 치게 해주면 고맙겠다. 아이파크도 롯데도.

디지털미디어국장 do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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