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약물에 빠져드는 사회 /염창현

10만 명당 마약 관련 사범, 한국 작년 24명 기록하며 UN 마약청정국 지위 잃어

특단책·개인 각성 없으면 시한폭탄 안고 사는 꼴 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감마 하이드록시 부티레이트(GHB). 최근 터진 ‘버닝썬’ 사건 이후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용어다. 한 번 읽어보려니 혀가 꼬인다. 그러니 요즘처럼 속도가 대세인 사회에서 이 같이 이상한 단어를 곧이곧대로 발음하자면 자신도 모르게 우스운 사람이 되게 마련. 간단하게 부르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물뽕’이다. 이제 발음은 해결됐다. 다음 문제는 이게 무언지 선뜻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 별수 있는가. 검색의 힘을 빌릴 수밖에.

무색무취한 분말이며 중추신경억제제로 사용되는 약물이라 정의되어 있다. 음료수와 같은 액체에 타서 마시면 효과가 더 좋아 ‘물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복용 후 10분가량 지나면 취한 상태가 돼 몸이 이완되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사용량이 지나칠 경우 뇌사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설명도 달렸다. 그런 만큼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지 않으면 구입이 불가능하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힘든 갑남을녀에게 이런 마약성 약물은 솔직히 먼 나라 일이라 여겨지기 일쑤. 근데 전문가들은 수요가 너무 많아 물량이 달릴 지경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물뽕’뿐 아니라 마취제나 수면제 등 온갖 종류의 약물을 처방전 없이 손쉽게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마약성 약물이 범죄에 연루되는 것 외에 일반인의 기호품으로도 널리 사용된다는 점이다. 스테로이드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우리 사회에 ‘몸짱’ 열풍이 불면서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몸을 키우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까닭이다. 스테로이드의 효과는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 복용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이 수년 간 노력해야 만들 수 있는 체형에 이른다고 한다.

당연히 위험이 뒤따른다. 학계에는 남성 호르몬의 과다 투입으로 인한 정자 생산 중단, 고지혈증, 심근경색, 심장마비, 관상동맥질환, 급사 등이 부작용 사례로 보고되어 있다. 현직 보디빌더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테로이드 사용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는 고백을 하며 복용 중단을 호소할 정도다. 누리꾼들은 이를 ‘미투’에 빗대 ‘약투’라 부른다. 그런데도 수요는 줄지 않는다. 그릇된 ‘몸짱 바람’이 불러온 폐해다.

범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마약성 약물과 관련해 적발되는 인원은 연간 1만여 명에 이른다. 2014년 9984명에서 2015년 1만1916명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역대 최고치(1만4214명)를 기록했다. 2017년(1만4123명)과 지난해(1만2613명)에는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24명꼴이다. 더구나 국내로 밀반입됐다가 압수된 마약성 약물량은 298.3㎏에 전년(35.2㎏)보다 8.5배나 급증했다. 단속되지 않는 사례를 포함하면 마약류 사범이나 압수 물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연합(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이면 그 나라를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자격 미달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업무보고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마약성 약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정부 대응은 미약하다. ‘물뽕’만 해도 1990년대 말 처음 적발된 이래 20여 년간 은밀히 거래됐으나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버닝썬’ 사건 이후 검찰과 경찰이 뒤늦게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뒷북을 치고 있다며 국민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다.

식약처가 이달 내놓은 마약류·환각물질 불법유통 근절 대책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사이버조사단의 역할을 강화해 온라인 유통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전담 인력이 크게 부족해 날로 교묘해지는 인터넷 불법 유통 사범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검거 위주의 단속이 최선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마약성 약물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몇몇 공급책을 잡아넣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다는 논리다. 청소년 계도도 시급하다. 마약성 약물의 주된 구입 경로가 인터넷과 SNS여서 이에 능숙한 청소년들의 접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사범 가운데 10대는 104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여전히 마약 청정국 수준이 아닌가라는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마약성 약물이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곳에 숨어 있어서다. 정부의 강력 대응과 개개인의 각성이 없다면 이 사안은 언젠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힘내라 대한민국’…희망백신 쏟아진다
  2. 2부산 가족 간 감염 계속 증가…자가격리 실효성 의구심
  3. 3확진자 다녀간 대형 쇼핑업체 6곳·호텔 1곳 임시 휴업
  4. 4직원들 잇단 확진…병원이 ‘슈퍼전파’ 화약고 위험
  5. 51번 확진자 발표 후 17~38번 환자 대부분 자기집 머물러
  6. 6승객 급감한 버스업계 “기사 월급은커녕 회사 망할 판”
  7. 7최원준의 음식 사람 <4> 울진 붉은대게와 동해안 대게
  8. 8한 장도 아쉬운 마스크 생산 위해 공장 설립 대폭 단축 ‘초광속행정’
  9. 9홍준표, 양산을 출마 ‘마이웨이’ 행보
  10. 10현역 추가 컷오프 나올까 경선지 어딜까
  1. 1통합당 중영도 예비후보들 “정정당당히 경선 치르자”
  2. 2이언주 “다른지역 출마해도 반발 나와…꼭 중영도 나갈 것”
  3. 3민주당 “대면 선거운동 중단·추경 편성”…통합당 “TK 공천면접 화상으로 진행”
  4. 4부산자택 거주 부인·딸이 먼저 확진…가족에게 옮았을 가능성
  5. 5교총회장 확진 전, 의원들 접촉…국회 초유 39시간 ‘셧다운’
  6. 6'코로나19 검사' 심재철 "국민 애환 뼈저리게 체험"
  7. 7문 대통령 추경 편성 검토 지시…경제 전문가 "최대 15조원 규모 예상"
  8. 8'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전광훈 목사 구속영장 발부
  9. 9강경화 장관 "코로나19 발생국 국민에 대한 혐오·출입통제 우려…각국 정부 노력 필요"
  10. 10 이명박 전 대통령, 재구속 엿새 만에 다시 석방
  1. 1디자인 창업 지원사업 기관 ‘부산디자인진흥원’ 선정
  2. 2다시 뛰는 부산 신발산업 <6> 언코리
  3. 3부산서 전기차 트위지 구매하면 보조금 ‘300만 원’
  4. 4글로벌시장 위축에도 한국차 ‘안전성’ 내세워 질주
  5. 5작년 QM6로 재미본 르노삼성, 올핸 XM3 출격 준비 완료
  6. 6내달 6일까지 전국 263개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일제 점검
  7. 7폭스바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투아렉 R 최초 공개
  8. 8지역난방공사, KT와 함께 '5G 기반 에너지 신사업' 추진
  9. 9푸조, 픽업트럭 ‘랜드트렉’ 글로벌 공개
  10. 10신형 컨티넨탈 GT 뮬리너 컨버터블 2020 제네바모터쇼서 공개
  1. 1서울 금천구·동작구서도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2. 2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쇼핑서 마스크 판다…1인당 1세트 구매 가능”
  3. 3부산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22명 동선 공개 … “39-44번은 조사 중”
  4. 4 코로나19 부산시 추가 확진자 7명 발생, 총 51명
  5. 5울산 ‘코로나19’ 4번째 확진자 발생…“경북 경산 확진자 어머니 ”
  6. 6부산지역 코로나 확진자 17∼38번 동선 공개
  7. 7부산 코로나19 확진자 6명 추가돼 총 44명 … 온천교회 관련 23명
  8. 8울산 코로나19 확진자 2명 추가…총 4명 중 3명 ‘신천지 교인’
  9. 9‘코로나19’ 10번째 사망자…대남병원 관련 58세 남성
  10. 10 울산 3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발생…28세 중구 거주
  1. 1리버풀vs웨스트햄, 1-1 무승부로 전반종료
  2. 2내달 개최 예정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6월 연기
  3. 3부산 아이파크 2020유니폼 프리 오더
  4. 4 KBL, 프로농구 잔여 일정 ‘무관중 경기’
  5. 5프로농구 잔여 일정 ‘무관중 경기’
  6. 6돌아온 ‘안경 에이스’ 박세웅 3이닝 6K, 최고 148㎞ 찍어
  7. 7잉글랜드축구협회, 유소년 헤딩 훈련 제한
  8. 8‘마네 역전 골’ 리버풀 18연승…EPL 최다연승 타이
  9. 9류현진의 위엄…첫 경기도 전에 유니폼 판매
  10. 10“롯데 포수진 실력은 안 빠져…신인급 멘탈 관리가 중요”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동네 의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황성환
해양안전, 민관 유기적 협력이 필수 /이광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양산 사송1초등 정상 개교해야 /김성룡
화포천습지, 보호대책 서둘러야 /박동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전략적인 전략공천인가 /정유선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총선 연기론
무관중 경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사설 [전체보기]
정치권, 코로나19 혼란 부추기는 언행 삼가야
정부 마스크 수급 안정 힘쓰고, 시민도 사재기 자제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호의가 낳은 명작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총선과 자책골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나의 LP 이야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2020하프마라톤대회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