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푸르른 사월이 눈앞이다. 벌써 개나리가 만개하고 곳곳에서 벚꽃이 망울을 터뜨렸지만 사월이 되어야 한반도의 봄은 절정을 이룬다. 그 화창한 봄날의 환희를 얼마나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벌써 걱정이 앞선다. 갈수록 미세먼지의 기세가 드세니 황사까지 덮쳐올 봄날이 지레 염려스럽다.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주야장천 싸우기만 하는 정치권도 신물 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적인 행위도 가슴 터지는데, 한창 인기 있던 젊은이들까지 인기와 돈맛에 취해 갱스터무비를 능가하는 죄를 짓는 현실을 보면서 봄날의 공기만은 더 혼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진다.
미세먼지는 나날이 심각해지다 못해 공포스럽다. 실제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정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나쁘다. 중국이 발전을 시작할 때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우리는 대비를 하지 않았다. 이웃 탓을 하기 전에 그때 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우리의 무사 안일함부터 반성할 일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설사 그들이 잘못을 수긍한다고 해도 궁극적인 해결은 우리가 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기껏 공기청정기를 구입하거나 실내에 녹색식물을 기르는 정도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 의하면, 나무당 연간 미세먼지 흡수량이 35.7g이고, 수목이 많은 곳의 분진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75%나 적다고 한다. 실내에서도 다양한 식물을 섞어 기르면 면적 대비 2~5%만 두어도 바닥에 떨어지는 먼지의 양이 20%나 감소한다.
원예치료 논문을 보면 녹색식물은 공기 정화는 물론이고 정서적 효과도 매우 뛰어나다. 초등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원예활동을 하면 자아존중감과 성취동기가 향상된다. 노인과 장애인들도 자신감이 생기고, 사회적 소외감을 극복하게 되며, 스트레스가 감소된다. 이처럼 식물을 기를 때 얻는 혜택이 많은데 우리의 건강을 소음을 내는 기계에 마냥 의존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해마다 사월 중순이 되면 시민공원에서는 ‘도시농업박람회’가 열린다. 그 가운데 ‘텃밭정원디자인공모전’이 있는데 참가자도 많고 관람객도 많다.
이 공모전은 정원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개인이나 단체가 참가하여 직접 만든 정원을 선보인다. 시민공원의 전시장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다 흙을 붓고 갖가지 식물과 화초를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드는데 모두 집에 옮겨놓고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안타깝게도 그 아름다운 정원들이 일주일간의 전시가 끝나면 모두 철거된다.
그것을 시민공원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짧게 전시하고 말 것이 아니라 식물이 오래 뿌리내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다.
도심 속에 땅이나 둔치, 쓰레기가 자꾸 버려지는 동네의 귀퉁이 같은 데에 만들면, 도심 곳곳에 수많은 정원이 생겨날 것이고 그만큼 도시의 풍경도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러면 공기가 정화되고 우리의 정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에는 ‘구덩이 정원사’로 불리는 젊은 예술가가 있다. 스티브 휜이라는 이름의 그는 도심에서 빈 구멍을 찾아내 정원 만드는 일을 한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도로에 팬 곳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팬 구멍마다 잔디를 깔고 꽃을 심어 초미니 정원을 만든다.
길 가던 사람들은 느닷없이 생겨난 풍경 앞에 저절로 걸음을 멈춘다. 앙증맞기 짝이 없는 정원을 들여다보는 눈길에 행복감이 스미고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차들도 속도를 늦춰 피해 다닌다. 어떤 노인은 물을 뿌려주고, 동네 아이들은 그 곁에 앉아 소꿉놀이를 하거나 동화책을 읽기도 한다.
한 사람이 뜻을 내어서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정원은 구멍에 자전거 바퀴나 발이 빠지는 것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배려, 행복감을 선물하여 준다.
그렇듯 해마다 열리는 ‘텃밭정원디자인공모전’도 방향을 바꾸어 영속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리는 아마도 동네 사람들이 나서겠지만, 아직 건강한데 용돈 벌 곳도 없고 하루 해도 지겨워 가슴 답답한 노인들에게 맡겨도 된다. 정원 가꾸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시민정원사들이 나서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환경도 좋아지고, 일자리도 만들고, 날마다 그 앞을 지나는 우리들의 몸과 마음도 잠시 쉴 수 있을 테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