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은 공원도시로도 불린다.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이드파크처럼 도심 한복판에 100만 평 넘는 녹지공원들이 펼쳐져 있는 게 대표적이다. 나무가 울창한 그곳에서 시민들은 호젓하게 걷거나 휴식을 취한다. 과거 살인적인 스모그로 악명 높았던 런던이 반 세기 만에 ‘그린시티’로 거듭나게 된 것은 크고 작은 공원을 끊임없이 조성한 요인이 크다.
낭만과 예술의 프랑스 파리도 녹색도시로 유명하다. 교외의 대규모 숲 공원 외에도 시내 곳곳에 중소 공원을 만들어 놨다. 마을 단위로 갖춘 건 기본이고 놀이터와 벤치, 커다란 나무들이 자리잡은 조그만 공원은 수도 없이 많다. 도시숲과 공원을 늘리고 유지하는 것이 시민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인식 아래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온 결과다.
요즘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로 국내 도시숲과 녹지공원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조사를 보면 미세먼지 25.6%, 초미세먼지 40.9%를 낮춘다. 예컨대 시흥산업단지에 조성된 완충 숲을 분석한 것은 더 실감 난다. 숲이 들어선 이후 3년간 그 지역 미세먼지 농도의 ‘나쁨 일수’가 약 30% 줄어들었다니 말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숲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있느냐는 점이다. 이른바 ‘생활권 도시숲’이 지표다. 시민이 실생활에서 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는 일상적 녹지공간으로, 산림이나 자연공원구역 등을 제외한 개념. 휴식과 산책·교육뿐 아니라 도심지 미기후(微氣候, 지면에 접한 대기층 기후로, 보통 지면에서 1.5m 높이) 조절 기능까지 있어 쾌적한 생활여건을 저울질하는 잣대로 쓰인다.
산림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를 살펴보니, 우리나라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0.07㎡(3평)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 최소기준인 9㎡를 웃돈다. 그렇긴 해도 런던(27㎡) 뉴욕(23㎡) 파리(13㎡) 등의 세계적 수준보다는 여전히 미흡하다. 산림 등을 포함한 전체 도시림의 1인당 면적(256.73㎡) 중에서도 생활권 비중은 3.9%로 미미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도시공원법의 설치기준에서 생활권 근린공원 유치거리는 500m 이내, 도보권 근린공원은 1000m 이내로 규정돼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 셈인데, 이를 만족시키는 도시가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러면 부산은 어떤가.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6.6㎡로 광역시·도 중 하위권이다. 그나마 생활권 기준에서는 1인당 12.49㎡로 세종(24.22㎡) 울산(17.87㎡)에 이어 세 번째로 파악됐다. 하지만 구·군별 편차가 심하다는 게 문제다. 수영구(1.48㎡) 북구(2.75㎡) 해운대구(2.99㎡) 사하구(3.00㎡) 동래구(6.01㎡) 연제구(8.35㎡) 사상구(9.37㎡) 남구(9.79㎡) 등 8개 지역은 1인당 생활권 도시림이 10㎡에도 못 미친다. 부산은 물론 전국 평균치도 밑도니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해 부산시민의 절반 이상이 생활권 공원을 우선 확충할 시설로 응답한 걸 봐도, 근린 공원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걸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숲이 대폭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즉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로 서울 여의도 면적 48배의 406.5㎢가 공원지구에서 해제되면 난개발 우려가 높아서다. 부산은 영도구의 4배가 넘는 면적이 해당된다. 제도 시행이 임박하자 자치단체들은 뒤늦게 대처하는 모습이나, 부지 매입 등의 막대한 비용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대상지 가운데 국·공유지라도 일몰에서 제외할 것을 환경단체들이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럴 의지가 빈약해 보인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도심 숲을 지키기는커녕 포기한 게 아니냐, 그럴 바엔 업무를 환경부로 넘겨라는 시민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금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해결과제다. 그 폐해는 갈수록 심하다. 얼마 전에는 미세먼지가 인체 유전자까지 변화시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자료도 전해졌다.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곳에 사는 사람에게서 39개 유전자 변화가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세먼지가 잠자는 질병 유전자도 깨운다는 의미이고, 한국인에게서는 처음 확인됐다니 섬뜩한 마음이 든다.
도심숲은 도시의 허파이고 생명숲이다. 그런 숲은 살기 좋은 도시의 요건일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숨 쉬기조차 버거운 ‘호흡 재난 ’시대에서 자연정화 장치이자 생태계 보루인 도심 숲마저 사라지면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 부산이 보행친화를 외치고 도심 보행길을 아무리 조성한들 바깥 걷기가 힘들다면 별 소용이 없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더 늦게 전에 도시숲 지키기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헌법 제35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모든 국민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논설위원 ksyoung @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