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조기들이 알을 낳으러 서해 칠산 바다로 모여든다. 조기는 부레로 ‘꾸룩꾸룩’ 소리를 내는 재주가 있다. 바닷속은 자연스레 조기들의 수다로 시끄러워진다. 어부들은 이 습성을 이용해 대나무대롱을 바닷물에 넣어 조기 떼를 찾아 잡았다. 지금 그 많던 조기는 귀하신 몸이 되었고, 가격이 비싸 제사상에 올리기도 부담스러워졌다. 어군탐지기의 조상이라 할 대나무대롱을 이용한 전통 어로 모습도 물론 사라졌다.
봄이 오는 길목인 2월 말이 되면 다른 이유로 떠들썩해지는 바다가 있다. 우리나라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독도 주변 바다가 바로 그곳이다. 물고기가 알을 낳으려고 모여들어 시끄러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이 벌어져 시끄러워진다.
일본은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열어 우리 속을 뒤집어놓는다. 다케시마는 대나무섬이란 뜻으로 일본 사람들이 독도를 부르는 이름이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동해연구소와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독도에서 발견된 해양포유류 뼈에서 DNA를 검출하여 독도바다사자의 것임을 밝혔다. 이 자료는 국제유전자정보은행에 발견 장소가 동해의 독도라고 명기되어 등록됐다. 우리가 독도강치라고 불렀던 독도바다사자는 세계적으로 일본바다사자로 불리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일본 과학자들이 독도강치의 학명(Zalophus japonicus)을 우리보다 먼저 붙인 까닭이다. 학명의 종소명을 보면 코리아가 아닌 재팬(자포니쿠스)이 들어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로 국제사회에서 독도강치 이름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으며, 일본과 마찰이 있는 독도와 동해 명칭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 독도 문제는 일시적인 감정싸움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이처럼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독도의 명칭이 언급된 연구 결과를 전 세계에 알려 자연스레 전 세계 사람이 다케시마가 아닌 독도로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공원’은 흥미진진한 영화다. 공룡의 피를 빨아 먹은 모기 화석에서 공룡 DNA를 추출하여 복제기술로 공룡을 되살렸다. 과학소설 같은 상상이지만 독도강치의 DNA 복제로 사라진 독도강치가 다시 바다를 헤엄칠 수 있을지 모른다.
독도를 놓고 한일 간에 시끄럽지만 확실한 사실은 우리 국민은 자유롭게 독도에 갈 수 있지만 일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독도 가는 바닷길은 녹록하지 않다. 우리 국민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가 독도에 가보았을까. 2017년에는 20만6000여 명이 독도를 찾았다. 2005년 3월 독도가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나서 13년 반이 흐른 2018년 8월 누적 방문객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연구 목적으로 독도에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인이 독도에 가려면 울릉도를 거쳐야 한다. 울릉도와 독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은 연간 180일 정도 운항한다. 그렇지만 독도를 방문하더라도 방문객의 80% 정도만 독도 땅을 밟아보고 돌아온다. 해황이 좋지 않으면 배가 독도 부두에 접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울릉도에 가려면 바다가 뱃길을 허락해야 가능하다. 파도가 높으면 바닷길이 끊기기 다반사다. 1999~2017년 19년간 울릉도와 독도 주변 동해 먼 바다 기준으로 풍랑 특보 자료를 보니 연평균 68.3일이었다. 연중 5일에 한 번꼴로 파도가 높아 배 운항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파도가 높은 날이 점점 늘고 있다. 2017년에는 88.8일로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4일에 한 번꼴이다. 그렇다 보니 울릉도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더라도 예정된 날짜에 육지로 돌아올 수 있을지 불안하다. 실제 배가 결항된 날은 이보다 더 많다.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는 썬플라워호를 기준으로 결항 일수는 2016년 82일, 2017년 105일이었다. 파도를 가르며 배가 운항하더라도 해황이 나쁘면 심한 뱃멀미를 겪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울릉 뱃길은 실제 거리보다 훨씬 멀게 느껴지고, 독도 가는 길은 더욱 고단하다.
독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독도 관문인 울릉도로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선박 이외의 교통수단도 고려해봄 직하다. 활주로가 따로 필요 없는 수상비행기 운항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소형 항공기가 투입되려면 활주로와 공항 건설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성을 떠나 독도의 관문인 울릉도 방문을 쉽게 하고, 독도의 접근성을 높이는 상징성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더 많은 국민이 독도를 쉽게 방문하고, 더 많은 세계적인 독도 연구 결과가 나와야 독도 주변 바다가 잠잠해질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