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기억되지 않는 기억 자산들 /오광수

공사때 발견한 유물 모아 기장군, 정관박물관 설립

반면에 대기업 발상지인 서면·부암동 진양사거리, 산업유산들 찾기 어려워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가면 독특한 성격을 지닌 정관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살림살이와 마을을 중심으로 한 생활상을 재현한 전국 최초의 삼국시대 생활사 전문 박물관이라는 게 그 첫 번째. 무엇보다 정관신도시 개발로 고향을 떠난 원주민의 기억을 되새기는 공간을 마련한 게 눈에 띈다. 정관박물관이 탄생한 배경도 흥미롭다. 부산시는 정관신도시 택지 조성 공사 과정에서 발굴 조사된 가동마을 유적 등 삼국시대(4~5세기) 집터와 고상 창고, 가마, 분묘, 토기 등을 한곳에 모아 보존·관리하자는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였으며, 신도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박물관을 짓고 시에 기부채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관면의 옛 이름 소두방의 ‘생활’과 ‘기억’이 정관박물관 전시 공간에 담겼다. ‘소두방의 생활’ 전시 공간에서는 가동마을 유적을 통해 삼국시대 집안과 마을에 관한 일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두방의 기억’ 전시 공간에는 신도시 개발로 사라진 10개 마을 주민의 육성 영상도 있다. 박물관이란 공간이 없었다면 발굴조사보고서나 수장고 등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이다. 이는 ‘기억의 방법’으로 주목하는 대목이다. 현장성을 담보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 정관박물관은 자칫 잊힐 뻔한 ‘기억 자산’을 어떻게 기억할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흔히 부산 부산진구 서면을 포함한 동천 일대의 역사성에 관해 얘기할 때 ‘대기업 발상지’ ‘한국 신발산업의 메카’ 등을 자주 거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그룹과 LG화학이 서면을 관통하는 동천 주변에서 출발했다. 대우버스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동명 왕국’으로 불렸던 세계 최대 합판 제조기업 동명목재 역시 동천 유역에 자리 잡았다. ‘K앙고라텍스’라는 고급 양장·양복지를 생산했던 경남모직이 있던 곳이 서면 일대다. 지금은 글로벌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한 넥센타이어의 전신인 흥아타이어의 고향도 서면이다. 서면과 동천 유역이 한국 경제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부산의 신발 산업 역시 서면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었다. 진양(왕자표) 기차표 말표 범표 등 고무신과 운동화를 기억할 것이다. 바로 진양고무 동양고무 태화고무 삼화고무 등이 생산한 브랜드였다. 부산 신발 대기업 가운데 ‘막내’이던 ‘슈퍼카미트’의 대양고무도 서면에 뿌리를 내렸다.

이들은 흑백사진처럼 추억의 한 장면이 됐다. 서면이 부산 대표 도심으로 발돋움하는 사이 ‘사라졌다’. 서면과 동천 유역에서 태동해 가동되던 제조업체들이 떠난 자리 대부분에는 아파트와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LG그룹의 모태가 된 락희화학(현 LG화학)이 사실상 유일하다. LG그룹은 1998년 부산진구 연지동 락희화학 자리에 LG사이언스홀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산업유산의 추억이 제대로 ‘기억’되고 있을까. 현장을 돌며 확인해봤다. 결론은 ‘너무 미흡’이다. 대기업 창업 발상지에 관한 추억의 현장 조형물이나 안내판이 있더라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들 기억 자산의 원래 자리와는 동떨어진 채 길 건너편에 안내판이 있는가 하면 버스정류장 한쪽에 세워놓은 탓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가기 일쑤다. 이는 기억 자산의 의미와 직결되는 공간성 결여를 뜻한다. 산업유산의 추억길 조성을 위해 애를 많이 쓰긴 했으나, 세심한 배려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산의 대표 신발기업 진양고무가 있던 부산진구 부암동 진양사거리에 황금신발소공원이 세워진 정도는 다소 위안거리가 될 듯하다. 부산진구가 신발산업의 중심지였다는 산업유산의 의미를 되새기고 경제 부흥의 미래를 기약하자는 뜻에서 세웠다. 황금신발 조형물 바로 옆 굴다리 쪽에는 태화고무 락희화학(럭키치약) 경남모직 등 서면 산업유산을 보여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

송상현광장의 선큰광장과 가까운 서면롯데캐슬아파트 옆 거리에는 ‘서면 근대산업유산 추억길’이란 스토리텔링 지도가 큼직하게 세워져 있다. 이를 통해 흥아타이어(서면롯데캐슬아파트) 대양고무(서면한신아파트) 경남모직(NC백화점 서면점) 제일제당(더샵센트럴스타아파트) 동명목재(ABL빌딩) 등의 옛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지도를 보지 않았다면, 관련 자료를 뒤져보지 않았다면 현장에선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알 만한 사람만 아는 스토리다. 부산상공회의소 1층의 챔버스퀘어에서도 헛헛한 기분이 들긴 마찬가지다. 이 공간은 부산 기업의 역사전시관 격이다. ‘대기업 발상지 부산’과 ‘역사 속 부산 기업’ 등을 강조하는데 정작 ‘현장’에 관한 설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편집국 부국장·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inmin@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6. 6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7. 7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8. 8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9. 9“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10. 10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3. 3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8. 8[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9. 9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10. 10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3. 3"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4. 4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5. 5“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6. 6‘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7. 7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8. 8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9. 9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 86, 전분기 대비 6P 상승
  10. 10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4. 4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5. 5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6. 6“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7. 7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8. 8‘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9. 9중국 최고지도자 상호 중식당 테러…용의자 모두 중국인
  10. 10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7. 7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8. 8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9. 9[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10. 10[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