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부산시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다시 약속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월 국회 대표 연설에서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 2’를 밝혔었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약 6만 명)를 적합한 지역에 추가로 옮기기 위해 당정 협의를 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번 발언은 그때보다 구체적이다. 이 대표는 “공공기관 이전에 관심이 많을 텐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관련 용역을 하고 있다”며 “곧 용역 결과가 나오면 각 시·도와 협의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지역인재 채용 등에서 부산이 우수한 것으로 나와 있어서 이런 사례를 참고해 용역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김해영(연제구) 최고위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이 대표가 대표 연설을 한 뒤 여당과 정부의 후속 조치가 없어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더욱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2월 취임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뒤에는 이 대표의 대표 연설이 정치적인 수사였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까지 의심을 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비수도권의 걱정이 기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여당의 당론이고, 정부와의 정책 조율이 끝났다는 사실을 공표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비수도권 입장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절박하다. 앞으로 30년 내에 3500개 읍·면·동 중 40%가 없어진다는 진단이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책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였던 이 대표가 기득권층의 격렬한 반대에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만들고 실제 153곳이 이전하는 초석을 다졌던 뚝심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