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26%가 죽기를 소망한다고 한다. 지난해 말 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참담한 일이다. 이유는 크게 경제력(43%)과 건강(39%) 문제다.
둘은 별개로 보인다. 하지만 노후 대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노인 빈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의료 파산’이 곧 ‘노후 파산’이 되는 현실이니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다.
최근 부산시 정책회의에 다녀왔다. 올해 노인복지정책을 심의하기 위해서다.
안건은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회원 자격 유지, 노인 교육, 노인 보호, 장년층 일자리 지원이었다.
회의 중 몇몇 노인 위원이 시의 행정을 질타했다. “시의 노인복지정책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부산만이 내세울 노인복지는 있는가” “화려한 정책보다 현실적인 대책과 지원이 시급하다” 등등.
노인복지의 시급성을 가장 걱정하는 이가 누구인가. 시 복지건강국 공무원들이다.
한국이 고령화가 빠르고, 특히 부산은 다른 특별·광역시보다 더 빠르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불철주야로 고심한다. 그럼에도 이제 한번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WHO 회원도시 지표가 과연 부산의 노인복지 현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노인의 교육, 보호, 일자리 지원 정책이 그들의 가슴에 진정 와닿는 것인지를.
필자는 오랜 세월 여러 공공기관에서 정책 심의를 하고 후원단체의 이사직을 수행하며 복지가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다행히 불만보다는 칭찬이 많다. “공무원이 친절해졌어요” “예산 지원도 점점 늘어나요”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행복하다.
반면 “그런 복지는 남 얘기지” 하는 불만도 적지 않다. 시의 노인복지 지원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특히 스포츠를 통한 건강복지 현장에는 갈등과 불만이 꽤 크다. 한 어르신은 화가 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 영감쟁이 때문에 우리 팀이 결승전에 못 갔어. 그래서 우리가 앞으론 나오지 말라 했다.”
어르신들의 심신 건강을 꾀하기보다 승리를 위한 운동경기가 돼버린 건강복지. 이런 환경에서 운동 기능과 경기력이 약한 노인을 소외시키는 걸 당연히 여긴다. 몇몇 지도자도 이를 부추긴다. “어르신, 동작이 자꾸 틀려요. 댁에서 연습 좀 하세요.” 이러니 어쩔 도리 없이 스스로 스포츠 참여 활동을 포기하는 어르신도 많다. “몸이 약해 운동하러 왔더니 서툴다며 욕하고 따돌리고. 젊은 선생은 대놓고 창피주고. 집에서 무슨 연습을 해. 빈병 줍기도 바쁜데.”
이는 비단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딱히 시 복지건강국 업무랄 수는 없지만 ‘전국 어르신 무슨 대회’니 ‘전국 실버 무슨 경연’이니 하는 활동들은 이미 엘리트 스포츠 경기가 돼버렸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도 입상을 기대하고 지원한다. 정녕 그 입상실적을 전체 시민의 건강지수로 봐야 하는 것인가.
올해도 시는 노인교육지원사업을 계획했다. 노인복지관, 경로당, 노인교실, 노인대학에 약 40억 원을 지원한다.
당연히 스포츠 활동이 포함돼 있다. 부디 올해부터는 정작 건강복지가 절실한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 노인들을 상대하는 지도자에 대한 교육과 프로그램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이제 부산시만이라도 ‘그들만의 잔치’라는 오명을 벗고 모두의 건강장수 페스티벌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그날 참석한 어느 정책위원이 요구했던 ‘부산시만이 내세울 수 있는’ 노인복지사업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죽고 싶다”는 어르신들에게 살아야 할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