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안전관리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방재 분야다. 만일의 원전 사고 발생에 대비해 방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일이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방재의 허술함과 그에 따른 피해 참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평소 사고 대처능력과 주민·환경 피해 최소화 대책, 관계기관 간 협조, 가상훈련 등의 방재체제를 철저히 구축해 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 세계에 뼈아픈 교훈을 남긴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원전의 방재관리는 여전히 허점을 보이니 개탄스럽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 고리 지역사무소 및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두고 하는 얘기다. 고리 원전 인근에 설치된 이 센터(부산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는 정규 인원보다 1명 적은 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방재실장 자리가 두 달 가량 비어서다. 그 대신 지역사무소 인원이 겸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장이 유사시 방재에 필요한 규제 등 현장 실무를 맡는다는 걸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들고 안일한 처사다.

게다가 원안위의 사무처장(1급)도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공석 상태라니 말문이 막힌다. 방사능 유출 등의 사고가 생겼을 때 현장센터를 총괄 지휘하는 책임이 사무처장에게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지연으로 임명이 미뤄진다니 더 기가 찬다. 그 직무를 원안위 기획조정관이 대리해 문제가 없다는 것도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그렇잖아도 원안위 사무처장은 원전지역의 합동방재훈련에 계속 참가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온 터다.

이럴 바엔 현장지휘센터 운영을 지역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기장군 등 국내 원전지역 자치단체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현장센터를 관리감독하는 지역사무소장의 재임기간이 6개월~1년으로 비교적 짧은 것도 문제다. 최근 고리 지역사무소는 4개월 만에 소장이 바뀌어 업무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실정이니 원안위가 현장 방재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원안위는 여기에 답하고 조속히 시정하는 게 올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