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지금 공항으로 인해 낭패를 겪고 있다. 소음 문제와 부실시공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승전 연합국에 의해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면서 수도였던 베를린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분할됐다. 서베를린은 동독에 둘러싸여 마치 북한 땅에 서울이 있는 것처럼 고립됐다. 서독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베를린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해진 육로나 항로를 통해서만 이동이 가능했다. 이때 서베를린에는 템펠호프공항이 있었지만 규모가 작아 급하게 테겔공항을 건설하여 수송역할을 감당하게 했다. 동베를린에는 쇈펠트공항이 있었다.
1990년 독일 통일 후 테겔공항과 쇈펠트공항은 일반 여행객을 대상으로, 템펠호프공항은 자가용비행기를 위한 항공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이후 템펠호프공항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소음공해 문제와 짧은 활주로로 인한 확장성 문제 때문에 2008년 폐쇄했다. 오래전부터 독일정부는 쇈펠트공항을 확장한 ‘베를린 브란데부르크 신공항’ 건설을 준비했다. 신공항이 가동되면 6개월 후 테겔공항도 폐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신공항 건설이 소음문제 등으로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철저하기로 소문난 독일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소음문제를 소홀하게 다룬 탓이다.
당초에는 쇈펠트공항이 베를린 남쪽 외곽에 위치해 소음에는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확장에 따른 부지 선정 문제와 환경오염 및 소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소송이 제기돼 공사 착수가 지연됐다. 2006년 3월 독일행정법원이 쇈펠트 지역주민이 제기한 공항건설 금지 요구 소송을 기각함에 따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국제공항(BBI) 사업단을 발족시켜 공사를 시작했다. 쇈펠트공항의 기존 활주로를 확장하고 별도로 신규 활주로를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여 2011년 10월 개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음 피해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또다시 거세지면서 개장이 연기됐다.
이후 2013년 개장이 또 무산되자 독일정부는 야간 소음 제한, 주민 배상, 공항-주민 간 소통창구인 ‘다이얼로그 포럼’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했다. 개항 후 예상되는 소음등고선을 검토해 피해 예상지역 일대 2만6000여 가구에 소음저감 창문 등의 설비 설치를 지원하고 비용이 부동산 시장가격의 30%를 넘으면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지불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소음 관련 민원도 계속 발생하고 부실 시공 문제까지 겹치면서 독일 신공항의 개통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
국제신문은 ‘제2의 도시 위상, 관문공항에 달렸다’는 시리즈를 통해 관문공항의 필요성을 강한 어조로 다루고 있다. 부산을 추월하고 있는 인천과의 비교, 지역 경제인의 하소연, 관광·마이스산업에 대한 영향 등 생생한 목소리는 간절함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취재 기자의 ‘동남권 관문공항을 향한 간절함’이라는 기사는 더욱 절실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대통령도 부산 방문에서 김해신공항 사업 검증 주체를 국토교통부에서 국무총리실로 승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남권 5개 시·도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지난달 15일 자 국제신문 사설은 전체 영남권 주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25일 자 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부산 발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김해신공항 총리실 검증’은 기정사실화로 됐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특히 총리실 검증이 이뤄지면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요구하는 부울경 신공항 검증단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지켜보자. 분명한 것은 베를린 신공항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선책이 아닌 최선책을 선택하자. 간절함 앞에서는 무릎을 꿇게 된다는 기자의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