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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해양, 낡고 오래된 생각을 버리자 /이동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05 19:36:1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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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 현란하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기술이 일상화되면 인류의 삶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가져올 장밋빛 유토피아에 대한 찬양도 있고, 회색빛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도 있다. 한편으로는 현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예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디지털 독재’를 언급하면서 민주주의의 종말 가능성을 전망했고,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효용 제로’를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대신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의 등장을 예고했다. 우리가 당연한 듯 여기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다른 체제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산업 분야의 변화는 더욱 가시적이다. 각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하고 있다. 제조 물류 유통 금융이 함께 돌아가고, 공유경제가 등장하고 있다.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스마트시티’의 본격 출범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부산에서 “지금까지 제각각 움직였던 교통·치안·재난 방지·행정·의료·돌봄 서비스 등이 서로 유기적이며 효율적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해양수산부가 중심이 되어 혁신형 해양수산업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자율운항선박-해상통신망-스마트항만 등을 통합·연계하는 ‘스마트 해상물류 사업’을 중점 추진하는가 하면 양식산업의 스마트화·고급화를 위해 스마트 양식시스템이 적극 개발·확산되고 있다. MT(해양과학기술)를 활용하여 해양심층수, 바이오산업, LNG 추진선박, 해양플랜트서비스 등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에 나온 내용도 있지만 새롭고 참신한 작품도 많은 것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해양수산 현장에서 실제로 접하게 되는 ‘담론’과 ‘행태’는 여전히 낡고 오래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해운업, 조선업, 수산업의 영광과 명예를 다시 찾겠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동북아 중심항만의 지위를 찾겠다거나,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해운업계에서는 과거 전성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만들어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수혜 당사자인 해운업의 앞날은 장담하기 어렵고, 아시아 역내 항로를 보면 ‘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 행태가 여전하다. 교통과 물류 분야에서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자율주행과 공유경제의 융합 등의 트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항만분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항만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가열되고 있지만, 현실은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등장하기 시작한 ‘동북아 중심항만’ 논리를 외치는 사람도 있고, 항만에 대한 시각이 ‘화물을 하역하는 공간’에 머무는 장면도 자주 발견된다. 부산항 신항 개발에 대해서도 토목과 건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전통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명칭 및 영유권 갈등 등 국제 경쟁력과는 하등 관계없는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항만물류 세미나 현장을 가봐도 ICT를 비롯한 미래 기술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수산은 어떠한가. 지난달 13일 수산자원 관리를 위해 ‘수산혁신 2030 계획’이 발표되는 등 종합적인 정책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담론 수준에 그친다. 총허용어획량(TAC) 중심의 자원관리를 내세웠지만, 이는 이미 1991년 등장한 개념이다. 현장에서 정책의 집행이 얼마나 지난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산과 목포에 조성되는 ‘수산식품 수출클러스터’ 등도 환영할 만하지만 여전히 진부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해양수산 분야에서 보여지는 담론과 행태는 ‘과거지향적’ 개념들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책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패러다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해양산업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낡고 오래된 산업인 데다 늘 보호해달라고 떼를 쓰는 분야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미래에 대한 새롭고 희망찬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해양수산인의 몸과 마음에 그물처럼 퍼져 있는 낡고 오래된 담론과 행태를 버리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언급을 해양수산인에 대한 당부로 치환해본다. “우리는 알고리즘보다, 아마존보다, 정부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 그렇게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짐이 가벼워야 한다. 짐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허구적 이야기들이다.”

평택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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