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20대는 죄가 없다 /염창현

우리 사회 희망인 젊은 층, 유례없는 취업난 등으로 미래 불확실성 날로 가중

겹고통 받는 이들 가슴에 대못 박는 행위는 삼가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누구나 한 번쯤은 호기로운  때가 있었기 마련이다. 온 세상을 휘어잡아 보겠다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든지 호랑이는 굶어 죽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는 식의 패기가 충만한 시기말이다. 사람마다 다를 터지만 대개 20대가 이쯤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소설가 민태원 선생이 ‘청춘예찬’이란 글에서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고 쓴 건 아주 지당하다.

개인적으로는 20대 무렵 이른바 ‘기성세대’에 상당한 증오감을 갖고 있었다. 내 눈에는 분명 세상이 잘못 흘러가고 있음에도 “네가 아직 사회를 겪어 보지 않아서 그래”라며 짐짓 나 몰라라 하는 그들이 미웠다. 나는 그 나이에 이르더라도 젊을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치기 어린 각오를 하게 된 계기였을 수 있다.

우스꽝스럽게도 그 뒤는 결말이 초라하다. 높은 꿈을 간직하기는 고사하고 어느새 그토록 외면하려 했던 기성세대가 됐다. 젊은이들과 마주 앉으면 “우리 때는 이랬는데 요즘 애들은 도무지…” “세상 탓하지 말고 노력을 하란 말이야, 노력을…”이라는 말을 주저 없이 내뱉는 나이에 이르렀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이 규정한 전형적인 ‘꼰대’에 포함된 셈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안한다. 젊을 때 그런 생각이나마 가졌기에 사회에 큰 폐 끼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는 게 아니겠느냐고. 20대 시절이 고마운 이유다. 

20대는 분명 찬란한 시기다. 꿈이 큰 만큼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20대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언사가 될 수 없다. 근데 주위의 젊은 친구들은 사회의 이런 시선에 손사래를 친다. 시쳇말로 단군 이래 우리처럼 불행한 세대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죽어라 공부에 내몰린다.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을 졸업해도 미래는 암담하다. 취업은 바늘 구멍에 코끼리 넣기처럼 힘들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5%나 된다. 그 전해에 견줘 0.3%포인트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실제 구직 연령인 25∼29세의 실업률도  8.8%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단시간 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큰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당분간 청년실업률이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종업원 50명 미만)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55% 수준이며 그 차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왜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목을 매느냐고 마냥 나무랄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런 판국에 정치권은 한술 더 떠 20대를 ‘적폐’로 몰아붙인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최근 자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 하락 이유를 거론하며 ‘전 정부의 잘못된 교육’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이 20대를 가장 보수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는 페미니즘 운동 강화와 양성 평등 정책이 원인이라는 황당한 분석까지 내놨다. 지난달에는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취직 안 된다며 헬조선이라 하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고 발언한 적도 있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당 대표 등이 나서 “우리가 근현대사의 질곡에서 뛰쳐나오게 한 위대한 힘은 청년 정신에 있다” “청춘이 절망이나 상실의 동의어가 돼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홍 의원이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국정 최고 목표라는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보는 이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20대가 아직 미숙한 존재로 보일 터지만 마냥 어리숙하지는 않다. 반공교육이나 양성 평등정책 때문에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할 세대는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으며 기준에 맞지 않다 싶을 때 가차 없이  할 말을 내뱉는다. 사회발전 시각에서 해석하자면 ‘비겁한 침묵’보다는 훨씬 긍정적 요인이다. 하긴 그만한 결기조차 없다면 피 끓는 청춘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어색하다.

따지고 보면 20대는 개인 의지와 관계없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낀 세대다. 노력만 하면 잘될 수 있다는 믿음과 기회 균등·공정의 원칙이 지금 와서 무너지게 된 데 대한 책임은 당연히 기성세대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최근 여당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도 하락은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런 현실을 뒤로 한 채 20대 비하만을 일삼는다면 어른 자격이 없다. 그들이 무슨 죽을죄를 저질렀길래 함부로 가당찮은 낙인을 찍는가.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음]권영적(향년 90세) 부산시의회 (전)의장 별세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4. 4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5. 5[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6. 6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7. 7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8. 8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9. 9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10. 10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고물가·주거난 등에 불만 폭발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3. 3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4. 4‘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5. 5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6. 6[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7. 7[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8. 8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9. 9한동훈, "국제신문 1947년 창간 이래 부울경 민주주의 산 증인이자 발전의 버팀목, 끝까지 함께할 것"
  10. 10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3. 3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4. 4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5. 5‘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6. 6'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9. 9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10. 10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3. 3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4. 4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5. 5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6. 6[속보] 236명 탑승한 제주행 항공기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연기
  7. 7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8. 8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9. 9입 헹굴 물 안줬다고…대법 “음주측정결과 증거로 못써”
  10. 10스토킹 피해 신고 여성, 또 가해자에 살해…40대 남성 체포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