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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창업 최적화가 도시 경쟁력 /구시영

인프라·지원체계 구축, 실패 관대한 문화 필요

부산 아직 걸음마 수준…인재 유인 토양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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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적 트렌드 중 하나는 스마트시티다. 웬만한 도시치고 이를 내세우지 않는 곳이 드물다. 예컨대 스페인 바르셀로나만 해도 관련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한다는 소식이다. 주요 도로에 소음·공기질 측정센서를 다는 건 기본이고,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차공간을 예약하고 요금도 지불하는 스마트 주차장까지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을 위시해 스마트시티 개발에 뛰어드는 곳이 속출하니 선풍적 인기라 할 만하다.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즉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전략으로 살기 좋은 곳을 조성하면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인재도 모여들기가 수월해서다. 여기에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낳고 저성장 극복에도 기여하게 된다. 그 점에서 스마트시티는 창업도시와도 맥이 통한다. 창업하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 인재와 투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녀야 하니 말이다.

창업도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제는 창업의 질과 양적인 수준이 도시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시대다. 창업이 메마른 곳은 쇠락하는 도시로도 여겨지기 쉽다. 세계 각국이 벌써부터 창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반면 부산은 창업 역동성이 떨어진다. 그러니 지역경제가 쪼그라들고 일자리 부족에 허덕인다. 전국 100대 기업 중 부산은 한 곳에 불과하고, 주력 업계는 위기에 빠졌다. 젊은 층의 역외 유출 증가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동·서부산 곳곳에 산업단지를 잔뜩 건설해 놓아도 무슨 소용인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의 새로운 돌파구를 창업 활성화와 혁신성장에서 찾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산시가 표방하는 것처럼 창업도시로 성공하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부산은 가능성을 지녔을뿐 인프라와 생태계 등 여러 면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따라서 창업 펀드와 공간 확충,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등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젊은 층이 스타트업에 적극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관건이다. 창업에 최적화되도록 도시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근래 세계 3대 창업도시로 떠오른 싱가포르·헬싱키·베를린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아시아 ‘창업 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요체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화하는 것부터 투자 유치, 대학과의 공동 연구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도와주는 체계다. 그러니 창업 생태계가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게다가 주거생활에 불편이 없고 연봉도 높으니 창업자 천국이 따로 없다.
국민 1인당 기준 스타트업 수가 가장 많은 곳이 핀란드 헬싱키다. 최대 장점은 지역 내 협력과 연계성. 대기업과의 협업도 비교적 활발하다. 심지어 직원 5명인 곳도 대기업체의 지원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으니 부러움을 산다. 핀란드의 또 다른 경쟁력은 실패에 관대한 문화다. ‘실패의날’(매년 10월 13일)이 있을 만큼 실패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회다. 실패를 공유하고 재도전을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앵그리버드’ 같은 세계적 히트작이 나왔다. 지난달 국내 어느 대기업 회장이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서 ‘실패에 대한 용납’을 혁신성장의 조건으로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매주 스타트업 행사가 수백 개 열리고, 해마다 500여 테크 창업이 생겨난다. 그러니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속속 모여든다. 그 바탕에는 비용 또한 큰 요소로 꼽힌다. 벤처기업을 위한 사무공간 임대료가 싸고 도시 물가도 저렴해서다. 행정 간소화로 창업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이들뿐 아니라 중국 여러 도시가 눈부신 성장을 이룬 배경에도 실패에 너그러운 창업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결국 스마트시트든 창업도시이든 사람이 중심이다. 그렇게 돼야 효과가 있고 지속 가능하다. 사람이 생활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게 스마트시티 아닌가. 창업도시도 마찬가지다. 인재가 모여들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돼야 도시경쟁력도 한층 높아지게 마련이다.

5년 전 모종린 교수가 펴낸 ‘작은 도시 큰 기업’에는 나이키, 구글 등 글로벌 업체를 품은 작은 도시들의 공통점이 나온다. 즉 차별화된 도시 라이프 스타일과 개방성, 세계화, 기업가 정신이 그것이다. 그는 창업도시의 전제로 매력적 도시 라이프 스타일을 꼽는다. 지역 문화와 특성을 활용한 브랜드 개발, 도시공간의 질적 향상 등으로 특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추는 게 창업도시의 길이라는 뜻이다. 기업과 창업 자본·인재 유치의 필수적 요소인 셈이다. 부산도 예외가 아니다. 지역의 가치와 문화, 환경 등을 바탕으로 창업 최적화에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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