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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수제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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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신발의 도시이자 ‘운동화 메카’로 잘나갔던 부산지역에는 손으로 구두를 일일이 만드는 수제화 종사자가 꽤 많았다. 통굽 형태의 일명 ‘살롱화’를 히트 치며 서울에 진출한 지역 브랜드도 눈길을 끌었다. 그들 제화점은 주로 남포동과 서면에 몰려 있었다. 당시 수제화 중 고급은 한 켤레 값이 쌀 한 가마니 가격과 거의 맞먹었다. 그래서 수제화 기술자 수입이 공무원 벌이보다 훨씬 낫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수제 방법을 모두 습득하고 기술자 반열에 오르는 건 여간 힘들지 않았다. 흔히 ‘선생’이라 불린 기술자를 받들며 수년간 여러 단계의 견습밥을 먹어야 했던 까닭이다.

한 장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 과정은 대체로 이렇다. 우선 초급자는 목형 라스트(신발틀)에 갑피를 못으로 고정하거나 뽑는 일에 매달리고, 다음에는 가죽을 싸는 일을 맡는다. 상급생이 되고서는 신발창을 오려 붙이는 걸 배우고 익힌다. 그런 뒤에도 기술자 소리를 듣는 데 10년 안팎이 더 걸렸다. 게다가 칼로 깎고 ‘그라인더’로 가는 작업이 허다하니 손을 다치는 게 예사였다. 온종일 좁은 실내에서 열댓 명이 쪼그려 앉아 일하고 접착제 냄새와 먼지 등을 견뎌내는 것도 고역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제화는 기성 제품과 대기업 브랜드 신발의 물결 속에 점차 밀려났다. 종사자도 가게도 크게 줄었다. 그러던 수제화 시장이 몇 년 전부터 대중의 관심 덕에 되살아날 분위기다. 여기에는 ‘문재인 구두’ 효과도 한몫을 하는 듯하다. 3년 전 문 대통령이 낡은 수제화를 신고 있었던 게 계기였다. 그리고 수제화 명장에게 여러 켤레를 주문하고, 올해 초에는 서울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방문해 구두를 직접 맞추는 장면이 알려졌다.

어제 부산의 패션 브랜드 등 소상공업체들이 수제화 장인의 명맥을 잇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당신만의 스니커즈를 만들어 드린다’는 주제를 내걸었다. 재능기부로 디자인을 하고, 제작에는 장인 5명이 참여한다는 얘기다. 그중에는 경력 40년 이상의 기술자도 포함됐다. 부산의 신발업과 수제화 활성화를 목적으로 대중에게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니 의미가 남다르고 기대를 모을 만하다.
지금 수제화 업계가 예전만 못해도 기술력은 이탈리아 제품 등 외국 유명 브랜드와 견줘서 밀릴 게 없다. 우리 장인의 자부심이다. 비단 수제화뿐 아니라 자신의 기술로 취업에 별 걱정이 없고, 오랜 세월 열정을 쏟아부은 장인이 대우받는 사회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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