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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20 19:50:52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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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은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거나 질병이나 액운을 막고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날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등이 이날 행해지는 세시풍속이다. 잡귀를 쫓고 쥐와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논둑에 불을 놓는 쥐불놀이와 다 타서 넘어질 때의 방향으로 그해 풍흉을 점치는 달집태우기도 마찬가지다.

이 오크통은 달의 주기를 이용한 슬로베니아 내추럴와인의 맛과 향을 우려내는 과정을 투명 바닥을 통해 잘 보여준다.
이와 유사하게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과정에도 달의 변화와 움직임을 중시하며 별자리 등 점성학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 포도재배 시 농장 내에서 만들어진 친환경 비료와 거름만을 사용하고 포도밭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같이 키우는 등 다양성을 높여 농장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가 되도록 만든다. 양조 과정에서는 최대한 맑고 침전물이 없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음력 보름달이 떴을 때 중력과 달의 힘을 통해 정화된 와인을 병에 주입한다.

최근 국내에서 내추럴와인에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입과 함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포도 재배와 양조 전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토양의 특징(떼루아)과 그해 기후의 특성(빈티지)을 100% 반영해 아무것도 추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든 와인, 포도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화학비료 제초제 농약 이산화황 등 각종 첨가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만든 유기농(Organic) 와인, 음양의 조화와 천체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만드는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와인, 이러한 모든 것을 포함해 자연에 거스르지 않게 와인을 만드는 철학까지 더해진 것이 바로 내추럴와인이다.

하지만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인증의 신뢰성은 나라마다, 지역별로 기준이 다르다. 가족 단위 소규모 와이너리는 복잡한 인증 절차와 비용 탓에 인증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는 유기농와인만 인증하고 있으며 내추럴와인에 대한 인증은 아직은 없다.

유기농·바이오다이내믹·내추럴와인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양조 방법이다. 이런 와인 양조에 구애받지 않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빈티지와 떼루아 그리고 그 지역 정서를 정성껏 담아 만든 이른바 천지인(天地人)와인이 위대한 와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품질이 높고 비싼 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도멘 드라 로마네꽁띠’의 전 양조책임자인 베르나르 노블레는 “와인은 단순하다. 인생도 단순하다. 복잡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인간인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내추럴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내추럴와인이다. 생산자의 의지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와인, 마시는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어야 진정한 자연주의 와인이 될 수 있다. “와인 어렵지 않아요. 마시는 우리가 어렵게 만들 뿐이죠.” 필자의 지론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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