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방아쇠를 당기며 대한민국 전체를 들쑤셔 놓았던 최순실.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체육인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던 체육인재육성재단을 해산시키고 K스포츠재단 설립에 앞장선 김종 전 차관.
김 전 차관은 차관 발탁 전 몇 년 동안 재단 등기이사를 지냈다. 2010년 김 전 차관이 재직한 H대가 재단이 지원한 글로벌스포츠산업 석사과정 지원 대학으로 선정돼 3년간 15억 상당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수백억 이상의 프로젝트가 즐비한 과학기술 분야 등에 비하면 이 정도 금액은 새 발의 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스포츠분야에서 프로젝트 추진 금액인 15억 원은 역대 최고액이었다.
김 전 차관은 이사, 재단 공모 프로젝트 평가 및 자문위원, 그리고 재단이 지원한 글로벌스포츠산업 석사과정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면서 재단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심지어 당시 재단 사무총장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이기도 했다.
정유라의 진학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최순실은 승마특기생으로 연세대에 진학한 조카 장시호를 보면서 승마가 명문대 진학의 보증수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당시 성악을 전공하던 정유라에게 장시호처럼 승마특기생으로 진학시키길 원했을 것이다. 주군이나 다름없던 최순실과 충성심을 보여주고 싶었던 김 전 차관 사이에 정유라 진학 문제와 스포츠관련 분야의 먹거리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 전 차관은 먹거리가 있을 것이란 개념조차 없던 최순실에게 선악과처럼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했을 것이다. 기능조정이란 구실을 붙여 기존 재단 해산 후 K스포츠재단 설립을 보고한 것이다.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것처럼 최순실은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다는 김 전 차관의 아주 몹쓸 제안에 현혹돼 K스포츠재단 설립 추진을 강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됐다. 매년 12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체육영재 발굴, 은퇴선수 영어교육, 심판·지도자 전문역량 교육을 통해 매년 국내외 2000여 명, 누적인원 1만 명 이상의 체육인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해산 직전까지 체육 관련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재단에서 교육받았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격의 진종오와 핸드볼의 홍정호는 각각 국제사격연맹 선수위원과 아시아핸드볼연맹 기술위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체육인은 재단이 제공한 교육과 연수를 받고 성공적인 이모작의 삶을 설계했다.
스포츠분야에서 유일하게 교육기능을 담당하던 재단의 해산은 단순히 교육기관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닌 체육인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달리 문화예술계에서는 블랙리스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담아 제도 개선 권고안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가칭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들을 10권 분량의 백서 제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 당시 왜곡 퇴행시켰던 예술문화인들에 대한 명예를 회복시킴과 함께 책임자를 강력 처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체육계는 심석희 선수의 성폭력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박근혜 정부 시절 난장판이 되고 정상의 비정상화가 이루어진 수많은 사안까지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정부는 심 선수의 폭로로 촉발된 (성)폭력으로 얼룩진 체육계를 개혁하기 위해 엘리트 위주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개선하고 체육분야 비리전담 독립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대책이다. 다만 ‘스포츠윤리센터’ 설립과 더불어 김종 전 차관과 최순실의 거스를 수 없는 못된 욕심 때문에 해산된 재단의 복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설립될 때 사라질 것을 염려한 적이 없지만 해산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었다.
한용운 시인의 시구처럼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사라졌지만 체육인들은 아직도 체육인재육성재단을 보내지 아니 하였다. 모든 체육인은 최순실과 K스포츠재단의 희생양인 만큼 하루빨리 체육인재육성재단이 다시 복원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동서대 레저스포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