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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문화도시 지정, 경쟁보다 교류·협력을 /윤정국

5년간 200억 지원사업, 10개 도시가 선점경쟁…자칫 과열 땐 부작용 커

순위 매기면 일부 독점, 혜택 골고루 돌아가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9 19:32:16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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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문화도시 예비사업자 선정을 위한 발표회가 이틀간 서울 고궁박물관 부속회의실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한 법정 문화도시를 지정하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공개행사에 전국 18개 도시가 참가해 PT를 발표했다. 도시들은 이미 지난해 8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데 이어 10월에 현장실사를 거쳐 계획서를 보완했고, 이날 최종 사업발표회에서 열띤 경쟁을 벌였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2020년부터 5년간 도시마다 200억 원까지의 예산이 지원되기에 참가 도시들은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서기 위해 더없이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저마다 야심찬 청사진을 밝히며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전문가 심사위원들은 합리적인 타당성과 문화도시 정책 취지에 걸맞은 계획인지 예리한 질문공세로 체크해 나갔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2월 말, 10개 도시가 예비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광역 단위마다 하나의 도시가 선정되어 전국적으로 골고루 배정된 셈이다.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10개 도시는 어떤 내용으로 문화도시를 구상하고 있을까? 경기 부천은 ‘생활문화도시 부천’이란 슬로건 하에 대화플랫폼 ‘더테이블’과 시민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문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민총회 등 생활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충북 청주는 ‘기록문화 창의도시’의 밑그림을 그리며 기억+기록 프로젝트와 독립출판육성지원 등을 제안했다. 전북 남원은 판소리 도시답게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소리문화도시’를 내세우며 ‘판페스티벌’ 확대, 시민 문화정책 수렴 ‘1300년의 목소리’ 등 소리문화를 확장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 포항은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는 철학문화도시’를 가꾸기 위해 철강산업 종사자를 위한 ‘문화3교대’, 생활 속 영웅을 찾는 ‘철인 프로젝트’등 스틸문화로 특화한 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경남 김해는 2000년 가야왕도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한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역사·문화도시’를 슬로건으로 가야문화권 통합포럼·축제, 아시아인들의 문화공존, 도시여행 ‘뚜르 드 가야’, 청년 공간‘오래된 미래하우스’ 조성 등의 사업을 제안했다. 제주 서귀포는 ‘105개 마을이 가꾸는 노지(露地) 문화’를 내세우며 자연 그대로의 삶이 묻어나는 노지 문화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28일 세종시에서 문체부 주관으로 열리는 예비사업설명회 이후 10개 도시는 올 한 해 다양한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수행한다. 그 성과를 토대로 연말에 또 한 차례의 심사를 거쳐 공식 문화도시로 지정된다. 최종적으로 지정될 문화도시는 5~8개로 알려져 있다. 예비 도시들은 낙점을 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본선은 예선보다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경쟁력은 기밀로 부쳐지는 등 과열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자극을 주고받는 것이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친 경쟁은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문체부가 ‘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이란 비전을 내걸고 문화도시 정책을 추진하는 본래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정책방향은 분명해지는 것 같다. 도시를 18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여기서 또 숫자를 더 줄이는 토너먼트 같은 방식으로 문화도시를 선정할 게 아니라, 가능하면 많은 도시가 문화도시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문화도시는 많을수록 좋다. 한정된 예산으로 숫자를 마냥 늘릴 수만은 없다는 문체부의 고충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문화도시 사업이 가져다 줄 효과를 내다본다면 다른 접근도 필요한 것이다. 밋밋한 도시가 특색 있는 문화의 옷을 입고 새롭게 바뀌어 나갈 때,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로 안겨줄 수 있다. 국민 삶의 질을 드높임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예산을 이유로 문화도시 지정 숫자를 줄일 게 아니라, 예산당국을 설득해 예산을 더 확보하려는 노력이 우선일 것이다.

아울러,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도시들의 순위를 매기는 상대평가제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고 이 커트라인을 넘어서는 도시는 모두 문화도시로 지정될 수 있게 하는 절대평가제의 도입을 제안해 본다. 도시들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사업내용과 노하우를 서로 보고 배우고, 또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거치면서 바람직한 문화도시로 변모해나가면 좋겠다. 모처럼 마련된 문화 분야 국책사업이 지역문화 진흥과 도시 발전에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도시 간 지나친 경쟁보다는 상호 교류와 협력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김해문화재단 김해문화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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