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보행도시 혁신 정책 발표의 ‘풍년’이다.
올해를 ‘사람 중심, 보행도시 부산’ 원년으로 선포한 부산시가 신년 1호 정책으로 보행 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2년까지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시는 ▷막힘 없이(연속) ▷걱정 없이(안전) ▷마실 가듯(편리) ▷소풍 가듯(매력) ▷모두 다 같이(함께) 등 5대 전략도 내세웠다. 그래서 부산을 세계가 주목하는 보행도시로 만들겠다고 한다.
시가 대대적인 보행 혁신 사업을 앞세우는 데에는 지역경제 활성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오거돈 시장이 밝힌 것처럼 걷기 좋은 길이 도심 곳곳에 조성되면 길에 사람이 넘쳐나 활기가 생기고 이는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이다. 걷기 여행이라는 관광상품을 띄우는 경제효과도 생각할 수 있다. 낙동강과 수영강을 걸어서 건너는 3대 보행전용교를 건립하는 계획도 윤곽을 드러냈다. 이들은 ‘신년 1호 정책’의 핵심이다. 다음 달 착공하는 대저대교(삼락생태공원~대저생태공원 잇는 다리) 하층부에 길이 910m의 ‘낙동강 보행전용교’를 조성하는 게 그 첫 번째. 또 북구 구포동과 화명생태공원을 연결하는 공중 보행로 ‘낙동강 금빛노을브리지’(길이 350m) 신설도 예정돼 있다.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과 화명생태공원의 남쪽 끝부분을 ‘C자’ 형태로 잇는 ‘감동나루길 리버워크’(길이 280m)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수영강을 두고 마주 보는 수영구 협성르네상스 아파트 앞쪽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을 연결하는 수영강 휴먼브리지(길이 215m) 역시 신설된다. 시는 수영강 휴먼브리지는 동부산권 보행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초자치단체도 이에 호응했다. 부산 남구가 유엔기념공원과 평화공원 일원에 ‘유모차와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원 녹지 공간에서 유모차 휠체어를 사용하는 보행 약자도 장애 없이 길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남구는 오는 2021년까지 노후 포장길의 균열·팸 현상을 없애겠다고 한다. 유모차와 휠체어로 이용하기 불편한 잔디블록도 아스콘과 경화토 등으로 평탄하게 만든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굳이 ‘1조 원 예산’을 강조할 것까지 없다. ‘사람 중심 보행’이 시의 정책 우선순위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고무적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정책 풍년’ 속에 놓치는 것은 없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그치지 말고 이미 조성해 놓은 길도 제대로 가꾸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길이 사람으로 넘쳐나게 하려면….
기자는 새해부터 연중기획으로 ‘부산을 보행친화도시로’라는 ‘문패’를 걸고 도심 곳곳의 이야기 길을 지면에 싣고 있다. 그런데 현장 취재 과정에서 아쉬운 게 너무 많다. 고쳐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신년 1호 정책’의 5대 전략에 보이는 ‘막힘 없이(연속)’와 ‘소풍 가듯(매력)’에 관한 얘기다. 갈맷길 1코스인 기장 오감도(道)를 예로 들어보자. 기장 해안길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고 만져볼 수 있는 시·청·각·후·촉 등 다섯 가지 감성과 추억,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게 오감도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 중의 명품 길이다.
그러나 풍광이 뛰어난 오감도 곳곳의 해안길은 보행자에게 그림의 떡이다. 절경의 해안길에는 수많은 카페가 넘쳐난다. 기장 장안읍 월내에서 임랑해수욕장으로 넘어가기 직전 덱 전망대, 캐러밴 캠프장, 카페 웨이브 온, 고스락 등으로 이어진 200여 m 구간 해안길은 아예 끊겼다. 어찌할 도리 없이 아스팔트 포장길을 걸어야 한다. 카페 방문객에게는 ‘그림’이겠지만…. 물론 카페를 탓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제안한다. 카페 웨이브 온, 고스락 등 200m 구간의 해안길을 보행용 덱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이는 카페 소유자나 자치단체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윈-윈’이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
보행용 덱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구간도 있다. 기장읍 죽성 드림성당 일대는 잘 알려지면서 보행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드림성당 바로 옆 어사암을 지나 월전항 방파제에 이르는 300m 구간에도 작은 친수공간을 포함해 보행용 덱을 조성했는데, 따지고 보면 군더더기처럼 느껴진다. 매력과는 거리가 있는,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해당 구간은 보행용 덱이 아니라도 걷는 데 별다른 불편이 없다. 해운대구의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로 가보자. 올림픽교차로에서 옛 해운대역에 이르는 ‘그린레일웨이’ 조성 사업 구간이다. 산책로와 조경길 3.4㎞ 구간에 휴게시설 운동시설 녹지 등을 꾸몄는데, 옛 철길 구간 대부분은 아스콘 등으로 ‘포장’됐다. ‘그린’은 아직 덜하고 ‘레일’은 사실상 ‘역사’가 됐다. 길의 매력도 덜해 시민 휴게 공간의 쓰임새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편집국 부국장·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i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