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장 관사가 모처럼 북적였다. 오거돈 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간부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부산 의원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저녁을 먹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당 최고 중진인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1월 부산 여·야·정 협의회에서 이런 자리를 제안했을 때만 해도 시와 여야 정치권 간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연말을 지나면서 이 모임에 부산 시민의 이목이 쏠렸다. 부산시의 사정이 급변한 탓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부정적이던 오 시장은 최종적으로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고,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부산시와 여야 정치권은 20년 묵은 공항 문제의 이해당사자다. 부산의 백년대계로 인식되는 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진 만큼 난상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모임 시작 때부터 “현안을 이야기하지 말자”는 공감대 속에 시가 준비한 현안 자료도 모두 치웠다고 한다. 그리고 신공항은 물론 부산 현안은 뒷전으로 밀린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만찬이 이뤄졌고, 회동 말미에 일부 의원이 공항 이야기를 짧게 꺼낸 정도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날 회동은 부산 정치 세력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다. 부산 여권은 이른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오 시장의 신공항 추진 방식에 대한 민주당 부산 의원 내부의 이견은 익히 알려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신공항 추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치열한 토론과 조정을 거치는 부산 여권의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 의원들은 철저히 입을 닫았다. 이들은 신공항뿐 아니라 최근 부산시의 최대 이슈가 된 내부 문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침묵’은 부산을 장악했던 보수 정당이 부산 주류의 입지를 민주당에 넘겨준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 한국당 역시 부산 문제에 구경꾼으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간만 가면 부산 민심이 다시 넘어오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최선의 합의를 도출하는 행위다. 부산 여야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협치의 본질이다. 민선 7기를 맞아 부산 여·야·정은 부산 발전을 위해 자주 만나자고 했다. 밥만 먹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부산 문제에 진정성을 갖고 논하라. 돌아서서 딴소리 하지 말고.
서울정치부 부장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