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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그림산책]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15 18:59:11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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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승 중에서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표적인 곳이 ‘금강산(金剛山)’이다. 금강산은 오래전부터 중국까지 그 명성이 알려질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오죽하면 중국 송나라의 대시인 소동파(蘇東坡)도 ‘고려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 번 보는 것이 소원(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이라는 시구를 남겼을까. 조선왕조실록에도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꼭 금강산을 보고 싶어 한다’고 하였으니 그 명성을 알 만하다.
이인문의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금강산은 한국 미술의 주요 소재였다. 특히 조선 후기 실경산수가 유행하면서부터 두드러졌다. 정선(1676~1759)과 김홍도(1745~1806)가 금강산을 주로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뒤를 이은 많은 화가가 금강산을 그렸다. 이러한 현상은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에도 계속돼 일본인 화가들조차 금강산을 찾아 그 모습을 그리길 원했다.

금강산을 그린 수많은 그림 중 회화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 중의 하나가 이인문(1745~1821)이 그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斷髮嶺 望金剛)’이다. 이 작품만큼 금강산의 형상을 품격 있게 그린 것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단발령은 내금강 입구의 고개로, 신라의 마의 태자가 이 고개에서 삭발하였다 하여 명명된 곳이다.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을 그린 그림으로는 이 작품 외에도 정선의 작품이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정선은 같은 소재로 여러 점의 그림을 남겼는데, 대부분 필선이 단순하고 도식적인 느낌이 드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이인문의 작품은 화가로서의 예민한 감성과 유연한 필치가 잘 드러나 회화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는 단발령을 걸으며 금강산을 향해 가는 세 사람이 보이고, 이들이 가야 할 금강산은 멀리 구름 속에 아련하게 펼쳐져 있다. 이들에게 금강산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선경(仙景)이다. 단순한 산이 아니라 성스러운 산이요,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이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의 금강산은 단순한 현실의 산이 아니라 신선들이 사는 봉래산 같다.

이렇게 금강산을 좋아했던 열풍은 해방 후 남북 분단과 함께 맥이 끊어지고 만다.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처럼 닫혀 있던 금강산 길은 50여 년이 흐른 후인 1998년이 다시 열렸지만 2008년 한 관광객이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10년 만에 중단됐다. 또다시 10년이 흘렀다. 이젠 남북 화해 국면이다. 남북 두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결국은 백두산까지 함께 오르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냈다. 더불어 남북 화해의 물결이 일자 금강산 길이 다시 열릴까 하는 기대감도 되살아났다. 특히 미술계에서는 다시 금강산에 올라 아름다운 산을 다시 그릴 수 있을까 하는 희망에 부풀었다. 옛날 정선이 금강산에 오르고 김홍도 이인문이 올랐듯 다시 금강산에 오를 수 있는 새해를 기대해본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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