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2기 경제팀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낸다. 1기 경제팀과 2기 팀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 1기 팀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어젠다를 주도하고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무를 지휘했다. 2기 경제팀의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 윤종원 경제수석은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관료가 전면에 나서는 형국이다.
1기 경제팀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어젠다로 제시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 증가를 통한 내수부양, 경제성장을 이끄는 정책이다. 이는 수요 측 요인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입장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상승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최저임금을 두고 여전히 적지 않은 언론이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성적표는 어떨까. 긍적적인 부분부터. 가계소득은 2018년 3분기 4.6% 상승했고, 노동자가구 소득은 7.5% 늘었다. 노동생산성은 3% 올랐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노동생산성 상승률이다. 고용률에는 큰 변화가 없다. 몇몇 언론이 호들갑을 떨며 선전했던 고용대란은 없었다. 노동자 가구 내 소득 격차는 줄었고, 비정규직 일자리는 20만 개 이상 줄었다. 반면 일자리의 질이 개선됐다. 고용량의 감소는 경제활동인구 감소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만 15세로 진입하는 인구보다 만 66세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커지면서 고용량이 감소한 것이다. 이를 두고 고용대란이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2.6%로 기대치보다 낮았다. 좋지 않은 성적이다. 정부가 기록적인 흑자재정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불황 국면에서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경기를 더 악화시켰다. 비유하자면 불황기의 긴축정책은 넘어진 사람 밟아주는 격이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기조다. 2기 팀은 공급 측 요인을 강조한다. 공급 주체인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함으로써 투자 확대를 촉진한다. 기업 투자 주도의 경제성장이라는 전통적인 노선으로 전환한 듯하다.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 수요 증대, 인프라 건설, 수요 보조 등을 구체화했다. 어려움에 처한 주력 제조업 대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제조업 경쟁력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공적 이전소득을 통해 가계소비를 부양하겠다는 기조도 좋다.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고, 소득에 상관없이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환영할 만하다. 17년 만에 실업급여가 증가했고 지급 기간도 늘었다. 이 같은 정책은 복지수준도 높이고 가계소비도 증가시킨다. 이는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을 낮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공재 공급에서 민자 투자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52개 부문에만 민자 참여를 허용했지만 모든 분야에 민자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던 정책이다. 하지만 민자 유치 전면 허용은 재고돼야 한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정부가 채권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여 공공재를 건설하고 유료화한 후 빚을 다 갚으면 유료화를 폐지하면 된다. 건설업도 부양하고 시민생활도 개선되는 방안이다.
노동의 협상력을 약화시켜 임금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도 뚜렷해졌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렸고, 탄력시간근로제 적용기간을 확대해 노동과정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력을 크게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독을 자율시정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하겠다는 조치다. 탄력시간근로제는 서비스 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 부당노동행위를 방치하겠다는 발표는 노동부가 직무유기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문재인 정부 2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이전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계층 간 소득 재분배를 확대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를 이어가는 측면이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의 협상력을 줄이는 방향은 1기 경제팀과 단절을 나타낸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함으로써 불평등과 갈등을 조장할 이유가 없다. 기대는 키우고 우려는 잠재우길 바란다.
부경대학교 경제사회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