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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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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09 19:37:44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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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아이스와인과 다크 초콜릿 어때요’.
   
독일 모젤지역의 겨울철 포도 수확 모습.
처음엔 초콜릿 속 카카오성분 탓에 약간 쓰지만 아이스와인의 단맛이 이내 쓴맛을 수그러지게 한다. 아이스와인의 단맛과 초콜릿의 진한 맛이 혀를 통해 몸과 마음으로 녹아내린다. 차갑지만 겨울에 제격이다.

최초의 아이스와인은 1794년 독일 남서부 프랑켄지역에서 이른 서리에 얼어버린 포도로 만들어졌다. 포도의 수분이 얼어 즙이 농축돼 당도와 산도가 높다. 당시로는 경이로웠던 달콤함으로 인기를 끈 제조 기술은 독일의 전 와인 생산지로 퍼져나갔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979년부터 후발주자 캐나다가 뛰어들어 생산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2000년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는 수세기 동안 지속된 전통 방식을 지키기 위해 아이스와인에 관한 국제적 합의안을 만들었다. 이듬해 2월까지 포도를 자연적으로 얼게 둬 영하 8도 이하로 내려갈 때 사람이 손으로 직접 따야 한다는 게 골자다. 포도즙은 꿀처럼 달며, 이러한 당도와 수확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별도의 등급으로 표시한다. 발효는 효모가 당분이 많은 환경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3~6개월간 천천히 일어나며 알코올 도수는 7~10%다.

아이스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어떤 방식으로 포도를 얼게 하느냐’이다. 추운 날씨에 포도를 수확해야 하는 어려움, 동물과 새들이 포도가 얼기 전에 먹어 버리거나 썩어버리는 문제까지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나야 비로소 한 잔의 아이스와인이 탄생한다. 호주와 미국에서는 포도를 산업용 냉동고에서 얼려 만들기도 하지만 맛과 당도 면에서 자연 속에서 만든 아이스와인의 풍부한 향과 진한 맛을 따라올 수 없다. 자연의 신비함과 오묘함을 느끼게 해주는 단적인 예다.

포도를 익게 하는 따뜻한 여름과 차갑게 얼릴 수 있는 겨울이 필요한 와인. 많은 기다림과 고통, 농축된 단맛과 짜릿한 산도가 함께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수인 아이스와인. 아픔이 있어야 기쁨이 크고, 추위가 있어야 따스함의 소중함을 아는 원리와 뭐가 다르랴. 불교의 연기론에선 모든 존재와 현상은 그 원인과 조건이 서로 관계하여 성립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많은 일상에도 상관관계가 있다. 아이스와인 역시 미처 수확하지 못한 포도가 얼어 만들어진 오묘한 결과물인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고 했다. 삶의 어려운 현실에 부딪치게 되면 행복은 이미 소유한 실체가 아니라 추구해야 할 이상으로 변한다. 우리는 어떻게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까. 긴긴 겨울, 온몸을 때리는 찬바람에 움츠리지 말고 아이스와인 한 잔으로 작은 행복을 누려보자.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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