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당에서 TV뉴스를 봤다. 서울 종로 지하상가의 가게 사장님이 하루 10시간 일하는 종업원에게 1인당 월급을 370만 원에서 450만 원까지 줘야 하므로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부담된다는 내용이었다. 맨 먼저 든 생각은 지하상가 판매직 중 월급을 저렇게 많이 받는 사람이 과연 있나 하는 거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시간을 일한다는 건데, 실제 그런 조건으로 일하는 종업원이 있을까 싶었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이 과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가정에 가정을 보태 보여주기 위한 숫자를 만들어냈을 공산이 커 보였다. 하지만 이 보도는 월급 370만 원이 어떤 계산으로 나왔는지 따지지도 않고, 이 문장을 핵심내용으로 발췌해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부실하고 무리한 보도였다.
경기침체의 원인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보도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단순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먼저 국내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는 관련 없는 비율이 꽤 크다는 거다. 나머지 종업원을 둔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언론에서는 점주들이 또는 종업원들이 4대 보험에 가입하기를 꺼려 지원금이 소용없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다른 기사에서는 기본급보다 각종 수당이 훨씬 큰 누더기 같은 임금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제언도 곁들인다. 정책 필요성에는 일견 공감하면서도 정책 효과를 전망할 때만 현실적 한계를 제일 먼저 내세운다는 느낌도 든다.
지난해에도 최저임금이 이전 추이와 비교해 큰 폭으로 올라 이슈로 등장하면서 논의도 꽤 진전됐다. 지난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을과 을의 전쟁, 즉 아르바이트생과 점주 간의 싸움을 원치 않는다면서 자영업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카드수수료 조정이나 상가임대료, 불공정 가맹계약 등을 꼽고 정부와 프랜차이즈 본부가 함께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진전된 논의를 포함하거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입장은 담지 않고 자영업자 한두 명을 찾아 익명의 인터뷰로 시작한 다음, 재계 입장이나 통계를 덧붙이는 엇비슷한 기사들이 여전히 등장한다.
국제신문도 지난 1일 새해 경제 기상도를 실었다. 제목은 ‘2%대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최저임금제 개편 최대 변수’였다. 역시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원인이 임금인상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신문은 ‘지난해 우리 경제는 침체와 혼돈 그 자체’였다고 평가하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양극화 심화와 내수 부진 등 부작용을 더 많이 양산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 4일 자 ‘인건비 부담되지만 손님 잃을까 가격도 못 올려’ 기사에선 수영구 한 식당의 사례를 담은 후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됐다는 온라인 기사는 올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연봉을 알려주면서 마무리됐다. 그 기사 말미에 더 어울리는 통계는 따로 있다. 세계불평등 데이타베이스에 등록된 자료를 보면 한국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2.2%,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3.3%를 차지한다고 한다. 소득격차가 심하다는 말이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하단에 이런 광고가 보인다. ‘최저임금 받던 60대 경비원 32억 인생역전!’ 서글픈 장면이다.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아서는 가족 부양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
최저임금 이슈를 담은 경제기사가 매번 거기서 거기라는 게 식상하다. 자영업자 인터뷰는 많은데 비정규직 저소득노동자 인터뷰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 최저임금 이슈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정말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할 의제라면 보도에서 좀 더 깊은 논의를 담아낼 수는 없을까. 익명으로 말고, 번번이 다른 사례 하나를 가져오는 대신 생생한 르포나 정책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획취재를 보고 싶다.
부산민언련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