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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지금은 퀀텀문명 시대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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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1-07 19:16:0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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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30~50대 지인 여남 명이 모인 자리가 있었다. 어쩌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누군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순간 좌중이 조용해졌다. 소감들을 들어보니 ‘뭔지 모르겠다. 괜히 골치 아프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불안하다. 금방 퇴물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한 50대 남성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많은 시민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일부 관련 학자와 부처 공무원, 그리고 관련 기업인들만 4차 산업혁명 전도사를 자처하며 핏대를 올리는 게 아닌가 싶다. 국가적 어젠다 치고는 우습게 된 셈이다.

지인들은 물리학도 출신인 필자의 의견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여 “4차 산업혁명의 뿌리에 해당하는 2차 과학혁명을 이해하는 게 쉽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물리학자들은 대부분 자연의 모든 신비를 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물리학자 켈빈(윌리엄 톰슨) 경은 1900년 한 연설에서 “물리학의 하늘은 작은 조각구름 두 점이 떠 있을 뿐 아주 맑다”고 했다. 켈빈은 두 조각구름이 물리학에 폭풍을 몰고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다. 조각구름 중 하나인 에테르는 시간과 공간의 혁명을 일으킨 상대성이론으로 발전했고, 다른 하나인 흑체복사인데 후에 원자 탐구와 함께 양자론이라는 양자혁명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과학계는 20세기 초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코페르니쿠스에서 시작해 1687년 뉴턴에 의해 완성된 1차 과학혁명에 이은 2차 과학혁명으로 부른다. 2차 과학혁명은 원자의 신비를 벗기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쪼개지지 않는 기본 입자’로 알던 원자에 전자와 양성자가 들어있는 게 발견됐다. 전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뉴턴역학과 전자기학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예언해주었다. 하지만 전자는 요상하기 짝이 없어서 기존 뉴턴역학과 전자기학으로 기술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첫째, 입자라고 철석같이 믿은 전자가 때에 따라 파동처럼 행동했다. 반면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은 파동임에도 불구하고 입자 행세를 했다. 둘째, 관측 대상인 전자가 관측 주체에 영향을 받는다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하게 됐다. 셋째, 사물은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전자 같은 아원자들은 동시에 두 곳에서 확률적으로 존재했다. 이 같은 기묘한 현상은 우주를 보는 인류의 우주관(자연관)을 기계론적 우주관에서 관계론적 우주관으로 확 바꿔놓았다. 이처럼 요상한 전자의 행동을 기술하는 역학은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라는 걸출한 천재 물리학자에 의해 수립되었다. 일반적으로 전자와 빛을 비롯한 아원자들을 양자(quantum)라고 부르고, 그들의 힘과 운동 상태를 기술하는 역학을 양자역학이라고 한다.

양자역학은 세상을 개벽해, 이른바 퀀텀문명(양자문명)을 세웠다. 20세기 중반 들어 반도체가 개발되고, 이로써 컴퓨터의 탄생한 것은 전적으로 양자역학 덕분이다. 현대문명에서 컴퓨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한다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기술 등은 양자역학의 기초적인 응용 분야에 지나지 않는다. 양자현상을 제어하는 양자기술은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컴퓨터의 개발은 물론 영화 속에 나오는 양자통신 및 순간이동 실용화 연구를 견인 중이다.

양자역학과 양자기술에 의한 2차 과학혁명이 나무의 뿌리와 줄기라면 4차 산업혁명은 나뭇가지 몇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가지보다 2차 산업혁명이라는 뿌리와 줄기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 등정의 발자취’의 저자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 논란은 20세기 초 2차 과학혁명으로 퀀텀문명에 살면서도 우리가 아직도 300년 전인 1차 과학혁명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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