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젊은 남성이 다짜고짜 전립선비대증 검사를 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소변 줄기도 약하고, 시작도 늦어 뒷사람 눈치 보이고, 밤에도 여러 번 소변보러 일어나야 해서 피곤하다 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딱 전립선비대증 증상이라 검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최근 전립선비대증 유병률이 늘고 발현 연령도 점점 낮아져서 40대부터 관리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환자의 전립선은 크기도 정상, 모양도 정상이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소변이 불편해진 걸까. 환자의 병력과 여러 전신적인 검사를 진행해보니 30대 중반부터 시작된 당뇨가 문제였다. 젊은 나이지만 당뇨 합병증으로 방광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넌지시 물어보니 역시 성기능에도 문제가 있었다.
의사로서 필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로 ‘당뇨’를 손에 꼽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곁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완치’의 길이 멀기도 하지만 평생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나이에 당뇨가 발병했을 때는 오히려 건강에 자신하고 식이조절과 운동보다는 약에 의존하며 그럭저럭 유지되는 것에 안일하게 대처할 위험도가 높다. 무엇보다도 당뇨환자가 아닌 이들의 그릇된 인식이나 편견으로 당뇨인들이 우울증이나 자존감 하락으로 인해 조절의 고삐를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당뇨’라는 만성질환의 치료에 있어 본인의 의지와 실천도 중요하지만 주변인들의 이해와 지지도 적극 요구된다.
최근 만성질환센터에서 ‘당뇨가족 1일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뇨인과 그 가족이 의사, 간호사, 영양사, 운동치료사, 의료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전문인력과 함께 당뇨환자로서의 생활을 체험하고 실습해보고 여러 의견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환자들이 먼저 당뇨인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점, 우울한 느낌 등을 공유하고 당뇨관리에 대한 교육을 했다. 이후 당뇨발 관리와 발 마사지법을 환자와 가족이 함께 배우고 경험해본다. 많은 당뇨환자가 어려워 하는 ‘자가혈당측정과 자가인슐린투여’를 위해 간호사와 함께 정확한 측정, 투여를 해보며 익숙하게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직접 준비해온 ‘건강한 당뇨식사’를 선보이고 같이 식사하면서 식이요법에 대해 배운 후 ‘치유의 숲’을 모두 함께 걸으며 운동실천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도 직접 식단을 짜보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생각들과 감정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가족의 지지를 얻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단지 하루의 체험이지만 그 하루를 같이 보낸 환자와 가족들은 하나같이 환자의 고통에 한 발 더 다가섰고 다 같이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것에 의지를 다졌다.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이 의사와 함께 치료에 더 순응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하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최신 IT기술과 빅데이터, 첨단 의료와 결합한 정밀의학 등 의료산업의 발전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당뇨환자의 발을 보호하는 의료용 웨어러블 스마트양말도 발명됐다.
하지만 이런 의료의 기술적 발달과는 별개로 의술의 기본인 질병에 대한 교육과 생활 습관, 식이 조절, 주변인들의 지지라는 공고한 기본치료에 병원과 의사들이 먼저 충실해야 하지 않나 돌아볼 일이다. 훌륭한 약도 훌륭한 기술도 좋지만 환자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해 가는 것은 여전히 멀고도 힘든 길이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이 반갑고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부산의료원 비뇨기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