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반드시 법률문제를 수반한다. 특히 질병과 진료에 관련된 문제는 환자와 환자 가족이 법률적으로 대비하기 힘든 부분이다. 부모가 늙고 질병이 발생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한다. 생명과 직결됐기 때문에 의료소송 이전에 환자의 의료법적 권리를 찾으며 진료를 하거나, 진료 보조를 해야 한다. 우선 환자 가족은 환자가 진찰을 잘 받도록 하고,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환자 가족 가운데 대표자를 정해 진료 시 동석하면 가장 좋다.
의료법은 “의사는 환자에게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 진단명, 수술필요성·방법·내용, 설명하는 의사 이름,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이름, 수술로 발생이 예상되는 전형적 후유증·부작용, 수술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가족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가족 가운데 대표자를 정하고, 환자·의사·가족 소통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만약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면, 의사로부터 반드시 소견서를 받아 다른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긴급환자라면 담당 의사가 옮길 병원에 전화로 확인하고 보낸다. 환자가 치료를 받을 병원을 신속히 결정하는 것은 가족의 몫이다. 미리 방향을 잡고 있어야 한다.
환자가 입원 또는 수술을 한다면, 의사와 충분한 상의를 해야 한다. 환자에 대한 의사 소견, 의료행위의 종류와 범위, 수반되는 위험의 종류와 발생가능성, 예상되는 건강악화와 환자 상태위험, 설명 요구, 주치의, 수술담당 의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의사를 신뢰해야 한다.
좋은 병원, 좋은 의사, 가족들의 굳은 의지, 의사소통이 환자에게 희망을 주지만 상황이 꼬이기 시작하면 환자 상태 악화, 사망,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분쟁의 원인이 된다. 이 경우 환자 가족은 흥분한다.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냉정한 대응이 중요하다. 의료인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생활하는 사람이다. 자체 사전 예방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의학지식 습득강화, 주의의무 점검, 환자와 신뢰 관계 구축, 부작용과 돌발사고 대처, 진료과정 투명화, 설명의무와 전원조치, 상세한 진료기록부 작성, 오진 가능성 점검, 환자 지속 관찰 등 의료분쟁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억울한 의료사고를 밝히기가 매우 어렵다.
판례를 보면 의료소송은 증거싸움이다. 진료기록부는 주의의무 위반행위와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의료법 제22조는 진료기록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환자의 주된 증상·진단·치료내용·의료행위 관련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 전자기록도 포함된다.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거짓 작성과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한 경우, 1년 범위에서 의료인 자격이 정지되고,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의료분쟁을 해결할 핵심 내용이 이 규정에 담긴 셈이다. 환자도, 의사도 이 기록을 근거로 다툰다. 가족 중 의료사고로 의심되면, 당시 상황과 경위를 냉철히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의료 전문 변호사를 만나 상담해야 한다. 이때 진료기록부 복사가 중요하다. 가족 중 일부가 흥분해 진료 방해·업무 방해 등을 일으키면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률자문을 받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 된다.
의료소송은 험난하다. 2014년 10월 27일 발생한 가수 신해철 사망 사건을 살펴보자. 환자는 복강경 수술 후 10일이 지나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심낭압전에 따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의사에게 과실이 있었느냐가 재판의 최대 쟁점이었다. 대법원 판결요지(2018 도 2844)를 보면 “피고인은 합병증 위험을 고지·설명하지 않았고, 퇴원조건을 갖추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퇴원을 허락했다. 복막염이 아니라고 속단한 채 피해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징역 1년)를 확정했다. 무려 3년6개월이 걸린 의료소송이었다. 이처럼 의료소송은 긴 시간이 필요하고, 가족의 냉철한 대응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소송보다는 예방이 더더욱 중요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소송에서 패하고, 고통을 받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돌이킬 수가 없다. 병원에서 환자 권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생활의 지혜다. 형편 없는 병원도 있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들은 더 똑똑해야 한다. 사전예방에 집중하고, 사후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다. 병원 선택에서 의료소송까지 환자의 권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