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면 ‘대리운전 상담녀의 패기’라는 식의 제목이 붙은 게시물을 발견할 수 있다. 몇 년 전의 것임에도 다시 찾아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업체에 불만을 품은 한 남성이 상담실 여성에게 반말과 함께 욕설을 계속 퍼붓자 이 직원이 걸쭉한 경상도 어투로 당차게 ‘진상 손님’을 궁지로 몰아넣는 내용이다.

많은 유튜브 구독자가 “정말 속이 시원하다”는 응원문구를 남겼다. 이유는 여러 가지 일터다. 이 가운데 아마도 듣는 이의 심금을 가장 많이 울린 것은 “내가 니 밥이가? 내가 아무 이유없이 왜 이×, 저× 소리를 들어야 되는데…”라는 여직원의 분노가 아닐까 싶다.

고객 상대를 주업무로 하는 이들을 흔히 ‘감정노동자’라 부른다. 어감에서 느껴지듯 썩 유쾌한 용어는 아니다.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니 만큼 웬만한 일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서다. 어쩌면 ‘손님은 왕’이라는,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문구가 가져온 폐해일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직무가 전체 업무의 50%를 넘으면 이를 ‘감정노동’의 범주에 넣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감정노동자는 740만 명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고객 요구 다양화로 이에 맞는 서비스 업종도 계속 세분화돼 앞으로 감정노동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걱정되는 바는 감정노동을 하찮은 직업으로 여기는 풍토로 인해 해당 근로자들이 겪는 심적 고통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사회가 먼저 감정노동자의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감정노동자와 소비자 간 평등 및 균형을 강조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이 화두가 될 것이란 예측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지난 10월 18일부터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업계도 이에 근거해 진상 손님 응대업무 지침 등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워커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존중받는 소비자가 되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졌어도 감정노동자 문제는 애초 논란이 될 이유조차 없었다. 뒤늦게나마 각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누구나 알지 않는가. 손님이 왕인 시절은 오래전 지나갔다는 것을 .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